[주변의 법률산책] 채무자가 상속재산을 어머니에게 넘기면 취소할 수 있을까 

▲ 사해행위취소 소송은 제척기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 <픽사베이>

[비즈니스포스트] 한상훈(가명)씨는 20년 지기 친구 박재영(가명)씨를 믿고 1억 원을 빌려줬다. 박재영씨는 한 달 뒤에 바로 갚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코인 시세가 폭락해서 돈을 줄 수 없다고 하고는 잠적해버렸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민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박재영 명의로 된 재산은 전혀 없다. 한상훈씨는 망연자실하고 있던 중에 박재영씨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장례식장에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박씨 아버지에게 시세 10억 원 정도 아파트가 있다고 한다. 

한상훈씨는 박재영씨에게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 있으니 돈을 갚으라고 말했으나, 박재영씨는 어머니에게 아파트를 전부 넘겨주기로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아버지와 평생 함께 살았던 곳이고 어머니도 아파트 취득에 기여를 하셨으니 어머니가 가지는 것이 맞다고 한다.

이때 한상훈씨는 채무자 박씨가 어머니에게 상속재산 분할 협의로 넘긴 아파트 소유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하급심 판례 중에는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하고, 남은 배우자가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가 있고,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재산에 해당하며 공동상속인 전원이 어머니에게 상속재산 분할 협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사해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다. 반면 사해의사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해행위 취소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한상훈씨는 엇갈리는 재판례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러나 2024년 5월 대법원은 채무자가 유일한 상속재산을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통해 어머니에게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사해의사가 추정되고 사해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할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증거가 없으면 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상속재산 분할 협의의 사해의사 추정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한상훈씨는 적절한 시기에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아 대여금을 전부 받을 수 있었다. 사해행위 취소 소송은 제척기간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 

채권 추심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적해야 한다. 끝까지 도전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주상은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
 
글쓴이 주상은 변호사는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파트너변호사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공인 재개발 재건축 전문변호사이고, 주로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건설 부동산 사건들을 취급해왔다. 대학원에서 민사법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논문을 주로 작성하다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언어를 쉬운 일상 용어로 풀어 쓰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서 가지는 오해를 조금씩 해소해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