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저축은행들의 수신잔고가 100조 원 바로 위에서 위태롭게 턱걸이를 하고 있다. 금리 매력이 떨어져서다. 

자금을 여유 있게 확보해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영업을 확대하기 애매한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을 방관할 수도 없다. 
 
저축은행들 '수신잔고 100조' 깨져도 방관만? 고객 줄어도 금리 안 올리는 이유

▲ 저축은행들의 수신잔고가 다시 100조 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저축은행중앙회>


이런 상황에서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금리인상을 선언했다. 분위기 반전 여부가 주목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수신잔고는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월말 잔액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고는 2024년 10월 103조5989억 원에서 11월103조3649억 원, 12월 102조2204억 원, 2025년 1월 101조8154억 원, 2월 100조5769억 원으로 감소했다.

2024년 7월 99조9128억 원을 기록하며 깨졌던 100조 선이 다시 위협받는 상황이다.

수신잔고가 줄어드는 이유는 저축은행들이 금리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12개월) 평균금리는 2.96%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은행권 정기예금(12개월) 최고금리 평균인 2.79%와 0.17%포인트 차이에 그친다.

소비자들의 예금 수요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수신잔액은 늘고 있어서다.

신협은 최근 3개월, 새마을금고 최근 2개월 연속 수신잔액이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금리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오히려 고금리 예금을 찾는 수요가 신협과 새마을금고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이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신잔액 감소는 영업축소로 이어진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수신 상품 예치 규모가 늘어나도 대출상품을 확대 취급할 상황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2024년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8.52%로 2009년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경기상황이 부진한 가운데 대출영업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수신잔고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경계감을 내려놓을 수는 없다. 저축은행들은 수신상품에 자금을 예치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후 대출영업 등을 하게 되는 만큼 수신잔액이 빠져나가면 고객 기반이 줄어든다고도 볼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다.
 
SBI저축은행은 22일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3.2%를 제공한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신규고객을 창출하고 수신 상품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며 “고객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 '수신잔고 100조' 깨져도 방관만? 고객 줄어도 금리 안 올리는 이유

▲ SBI저축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3.2%로 높였다. < SBI저축은행 홈페이지 갈무리 >


키움저축은행도 이날 ‘더 키움 파킹통장’의 금리를 최고 2.85%로 높였다. 예치금액 1천만 원까지는 2.8%, 1천만 원 초과부터 5천만 원 이하까지는 2.85%, 5천만 원 초과부터는 2.8%가 적용된다.

더 키움 파킹통장은 2024년 7월 출시된 상품이다. 출시 당시 금리는 최고 2.0%였다.

금리 인상 흐름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다만 수신금리 인상이 일부 저축은행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저축은행업계 전반의 금리 정책 전환점이라기보다 개별 저축은행의 경영판단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24년 SBI저축은행의 연체율은 4.97%다.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가운데 가장 낮다. 여신 취급을 늘릴 여력이 있는 만큼 수신 확대에도 나설 수 있다고 풀이됐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여러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이다 보면 어느 시점에 전반적 기조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이 금리인상으로 기조가 돌아서는 시점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