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롯데멤버스가 자체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사진) 체제가 안착하면서 천수답 방식의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멤버스는 롯데그룹 통합멤버십인 엘포인트를 운영하는 회사로 그동안 계열사를 통한 ‘수수료 장사’로 먹고 살았다. 하지만 최근 자체사업으로 새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가 회사의 ‘천수답’ 체질을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14일 롯데멤버스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올해 들어 자체사업에 의욕적으로 손을 뻗는 모습이 감지된다. 최근 선보인 셀프 설문 플랫폼 ‘서베이메이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사용자가 직접 온라인 설문을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결과물을 자동 도출하는 플랫폼이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자체 셀프 설문 플랫폼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베이메이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일반 패널 1천 명을 대상으로 10개 문항을 질문하려면 143만 원을 내야 한다. 매장 이용자 1천 명의 응답을 받으려면 330만 원, 상품 구매자 1천 명의 응답을 받으려면 44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는 프로모션 기간이라 50% 할인이 적용된다.
롯데멤버스가 보유한 막대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새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모습으로 읽힌다.
롯데멤버스는 “회원 4300만 명의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6개월 안에 매장을 이용했거나 상품 구매 경험이 있는 패널만 선별해 정밀 타깃팅 설문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멤버스가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4월 초에는 롯데카드와 손잡고 롯데그룹의 통합 상업자표시 신용카드인 롯데멤버스 카드 2종을 출시했으며 올해 초에는 엘포인트 앱 ‘머니플러스’에서 자동차와 보험, 대출 서비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롯데멤버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 롯데모바일상품권 및 롯데모바일쿠폰 사업을 롯데멤버스에 모두 양도했다. 해당 사업의 자산 및 영업권은 71억 원이고 매출은 410억 원 수준이다.
롯데멤버스가 2024년에 거둔 매출이 834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사업을 단번에 안게 된 셈이다. 여태껏 공개된 롯데멤버스의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올해 최초로 매출 1천억 원대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만으로도 롯데멤버스에게 새 기회가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롯데멤버스의 이러한 시도와 지원은 과거에 주력으로 삼았던 사업의 결이 다각화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롯데멤버스는 엘포인트 제휴사에게 포인트 적립 및 사용료 정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와 관련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일을 주업으로 한다. 엘포인트 앱(애플리케이션)에 제휴사의 배너와 로고, 프로모션 등을 노출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사업도 하고 있다.
사실상 수수료 장사가 롯데멤버스 수입의 원천이었다. 이런 사업은 롯데멤버스가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힘이기도 하지만 롯데그룹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천수답 사업에 안주하게 하는 한계를 보이게 한다.
실제로 롯데멤버스는 최근 5년 동안 큰 성장 없이 연매출 800억 원대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내부거래를 통해 얻는 매출 비중은 2023년 기준 65.6%에 이른다. 2020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83.5%까지 치솟았다.

▲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오른쪽 세번째)가 2023년 3월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행복동행’ 여성 임원 초청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김 대표는 ‘데이터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통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SAS코리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SK텔레콤과 IBM코리아, 삼성전자 등을 거쳐 KT 빅데이터센터 상무,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당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부문 상무 등을 역임했다.
국세청 빅데이터 자문위원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영역에서도 데이터 관련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이 김 대표를 롯데멤버스 수장에 발탁한 이유도 이러한 데이터 관련 노하우를 사업에 접목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2022년 말 전무 직급으로 롯데멤버스 대표이사 내정됐다. 당시 롯데그룹은 김 대표가 금융과 제조, 통신 등 여러 산업군에서 데이터 분석 경험을 풍부하게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롯데그룹에 영입될 당시 ‘롯데그룹 최초의 외부인사 출신 여성 CEO’라는 수식어로 불렸다. 그만큼 그룹 안팎의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롯데멤버스를 2년 넘게 이끌면서 점차 신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3월 공개한 롯데멤버스의 서비스 소개서에서 회사의 사업구조를 멤버십과 플랫폼, 솔루션 등 3가지로 세분화하고 ‘고객과 시장에 답을 하는 데이터 컴퍼니’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롯데멤버스가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회사가 쌓은 자산 덕분이다. 롯데멤버스는 약 15만 개의 가맹점에서 연간 이용회원 2150만 명, 연간 포인트 매출 35조 원을 내는 롯데그룹의 통합 멤버십 플랫폼으로 발전해왔다. 2024년 기준 총 가입회원은 4367만 명으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85%에 이른다. 월 이용회원만 1016만 명이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회사는 롯데그룹의 방대한 데이터가 집중되어 있는 회사로서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각 계열사의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고 전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미션으로 삼고 있다”며 “이런 근본적인 비즈니스 방향성을 기반으로 롯데멤버스는 올해 새로운 플랫폼 사업들을 선보여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화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