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보험사 구조조정 마술사 정문국, 사모펀드 대표로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인수 나선 이유

정문국 ING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2017년 4월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정문국 투논파트너스 회장의 이름이 최근 보험사 관련 인수 기사에서 자주 보인다.

투논파트너스는 바이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바이아웃은 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이를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얻는 방식을 뜻한다.

투논파트너스는 지난해 BNK금융지주와 손잡고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인수를 추진했다. 올해에는 IBK기업은행과 함께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인수에 재도전했다.

정문국 회장은 여러 보험회사의 대표이사를 거치며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과거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을 꺾고 보험업계 연봉킹을 차지하기도 했는데 이제 '기업 사냥꾼'으로 돌아와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과연 정문국 회장은 투논파트너스를 통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 40년 보험 경력 쌓은 ‘구조조정 전문가’

투논파트너스를 이끄는 정문국 회장은 보험업계에서 40년 동안 근무한 ‘보험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정 회장은 1959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를 졸업했다.

1984년 제일생명보험에 입사하며 보험업계와 인연을 맺은 뒤 AIG생명보험 상무, 알리안츠생명보험 부사장을 지냈다.

정 회장은 보험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름이 높다. 그는 위기에 빠진 보험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살려내는 능력을 선보여 왔다.

알리안츠생명의 첫 한국인 사장으로 지내던 2008년에는 성과급 차등 지급 제도를 도입하려다 노조의 반발을 샀다.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은 2008년 1월23일 파업을 시작한 뒤 업무 복귀를 거부하며 맞섰다. 정문국 회장은 파업에 참여한 지점장 및 직원들에게 해고 및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며 강공을 펼쳤다.

234일 동안 지속된 파업은 2008년 9월 노사가 성과급제를 도입하는데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정 회장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영입돼 ING생명 사장을 지내던 시기에도 기업 체질 개선을 위한 희망퇴직 문제를 놓고 노동조합과 대립했다.

2014년 6월에는 임원의 상당수를 교체하고 부서의 절반가량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해 7월에는 전체 직원의 30% 규모인 270명의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발표하고 15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정 회장은 2014년 7월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ING생명이 월납보험료 100억 원을 거두고 업계 4위였을 때 직원 수가 1천 명”이라며 “지금은 월납보험료 26억 원에 불과한데도 직원 수가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 사장은 2014년 취임한 뒤 강력한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ING생명과 내실과 외형을 모두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ING생명의 자산규모는 정 회장 취임 이전인 2013년 24조 원에서 2017년 31조 원으로 29.1%나 커졌다. 순이익 또한 2013년 1878억 원에서 2017년 3402억 원으로 81.2% 늘었다.

정 회장은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ING생명) 합병 뒤 신한생명의 대표이사 내정자로 선임되기도 했다. 다만 신한생명 노동조합이 대표이사 내정에 반발하면서 정 회장은 고사 형식으로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신한생명지부는 2019년 1월17일 성명서를 통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정문국 사장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조 회장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일 뿐”이라며 “지금이라도 내정 인사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씨저널] 보험사 구조조정 마술사 정문국, 사모펀드 대표로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인수 나선 이유

정문국 ING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2014년 2월3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ING생명 >

◆ 신생 사모펀드 투논파트너스, BNP카디프생명보험 인수 안갯속

투논파트너스는 2023년 5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에게 매력적인 투자 결과를 제공하는 프라이빗에쿼티(PE)라는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 신생 사모펀드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금융기관을 매수한 뒤 시장 동향을 활용해 투자 사업을 최적화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문국 회장과 김종우 투논파트너스 대표이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인수였다.

김종우 대표는 투논파트너스에 합류하기 전까지 BNP파리바코리아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무이사 겸 금융기관 커버리지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동부생명(현 DB생명), AIG생명에서 재직한 만큼 보험업계 경험도 갖고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2002년 신한금융지주와 프랑스 BNP파리바 계열 카디프가 합작해 만든 SH&C생명보험을 전신으로 한다. 

SH&C생명보험은 2003년 9월부터 개시된 방카슈랑스 영업을 위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회사였다. 방카슈랑스는 프랑스어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과 보험사가 제휴해 금융과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과 SH&C생명보험의 영업 영역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자 2009년 4월24일 SH&C생명을 BNP파리바에 매각했다. 

SH&C생명은 매각 이후 이름을 카디프생명으로 바꿨다가 2012년 지금의 명칭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으로 재변경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은 자산규모가 2024년 3분기 기준 2조7140억 원으로 국내 생명보험사 20위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성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2023년 순손실 208억 원을 낸 데 이어 2024년 3분기까지 누적으로 순손실 68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이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의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보험사 추가 인수의 필요성을 금융당국에 강력히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투논파트너스의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인수 작업은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3월28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험사 인수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보험사 인수는) 여러 검토 사항 가운데 하나”라며 “보험업은 처음이라 검토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