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금융계열사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을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예외조항이 적용된 사례의 94%가 삼성그룹에 몰려있어 삼성특혜법이라는 것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공정거래법의 금융보험사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은 사실상 삼성특혜법”이라며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도 이 예외조항이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
|
|
▲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
현행 공정거래법 제11조는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고객자산으로 계열사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금산분리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상장사들의 외국인 지분이 많아지자 재계에서 경영권 방어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임원임면, 정관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 사항 등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이 신설됐다.
제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금융·보험사 의결권행사 현황에 따르면 최근 6년 동안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132건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94%인 124건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이 행사한 사례였다.
삼성전자 지분 7.32%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25회로 가장 많은 의결권을 행사했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닌 금융보험사의 의결권행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투자회사가 설립한 시니안유한회사가 행사한 8건뿐이다. 금융보험사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이 삼성그룹 특혜조항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02년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이 시행된 후 합병이나 영업양도와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는 삼성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이 2013년 12월 제일모직의 패션부문 영업양도와 2014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을 놓고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또 삼성화재는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열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합병안은 379만 주 차이로 가결됐는데 삼성화재가 행사한 찬성표는 748만 주였다.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이 없었다면 가결이 어려웠던 셈이다.
제 의원은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민연금, 개인펀드, 금융보험사의 고객자산도 총동원한 셈”이라며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도입된 조항이 오히려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돼 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화재가 합병에 따라 받은 신주를 12일 종가로 환산하면 3324억 원으로 주주확정일 기준 지분평가액 5211억 원이나 2014년 삼성생명에서 지분을 매입했을 때 취득금액 5353억 원과 비교하면 2천억 원 감소했다.
합병비율 차이에 따른 손실만 계산해도 삼성화재 손해는 작지 않다. 삼성화재는 제일모직 지분이 없어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높을수록 유리했다. 당시 합병비율 0.35 대신 국민연금이 산정한 적정비율 0.46을 적용하면 삼성화재의 지분손실액은 874억 원에 이른다.
제 의원은 “재벌 소속 금융보험사 가운데 의결권행사 예외조항이 필요한 재벌은 삼성그룹뿐”이라며 “계열사간 합병이나 영업양도의 경우 의결권행사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