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 석방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 대 친명(친이재명)'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비명계가 '내란 진압'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지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견제는 뒤로 밀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석방이 잠시나마 민주당의 결속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석방에 민주당 내부 갈등 수면 아래로, 비명계 '반명'보다 '반윤' 급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인용을 위한 투쟁을 이어갔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 마련된 천막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김 전 지사는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다음 날인 9일 이곳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아침 경기도청 인근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개찰구 앞에서 '내란수괴 즉시파면'이라는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 출근길 시민들을 대상으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전날에는 수원역 인근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10일 야5당 합동 집회에 참석하며 야외 투쟁을 시작했다. 

이른바 '신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대선주자들이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일제히 '내란 진압 투쟁'에 뛰어든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7일 법원의 구속취소가 결정된 이후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윤 대통령은 석방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 및 주요 의원들과 접촉하면서 당내 정치를 재개했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지도부가 결속하고, 무엇보다 강성지지층의 집결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에 맞춰 헌법재판소를 향해 대통령 탄핵 반대를 강하게 촉구하며 장외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박대출 의원은 지난 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윤상현 의원도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대통령 구속 취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박수영 의원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국회 본관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계엄 세력이 전열을 정비하면서 민주당 쪽도 그에 대한 대응에 우선 나설 수밖에 없어진 셈이다. 

사실 민주당에서는 윤 대통령 석방 이전까지 친명계와 비명계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조기대선 국면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 아래 대선 후보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비명계는 독주하는 이재명 대표를 견제하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정치개혁' 카드를 꺼내왔다. 지방분권, 분권형 4년 중임제 등 개헌론과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야권 통합 오픈프라이머리 수용을 앞세워 이 대표를 압박해왔다.

특히 이 대표의 '검찰 내통 발언'은 비명계의 큰 반발을 샀다.

이 대표가 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비명계를 겨냥해 "2023년 9월 있었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는 당내 일부(비명계)가 검찰과 짜고 한 짓"이라 말하며 당내 분란이 벌어졌다. 이에 비명계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통합은 거짓말이자 쇼"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자칫 계파간 갈등이 격화될 뻔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갑자기 석방되면서 내란 사태 종결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다시 급부상했다. '반명'보다 '반윤'이 더 급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국면에서 이 대표를 압박하면서 개헌론 등을 계속 주장한다면 자칫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 지지층은 윤 대통령 석방으로 긴장감이 높아졌고, 내란 국면 극복을 민주당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석방에 민주당 내부 갈등 수면 아래로, 비명계 '반명'보다 '반윤' 급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왼쪽)가 1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1일 경기도청 인근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개찰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서 "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탄핵을 지켜내자. 이제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시민들의 단결된 힘 뿐"이라며 "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내란의 어둠을 몰아내고 탄핵을 지켜내자. 압도적 정권교체로 한국사회를 뿌리부터 개혁해 나가자.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모두 함께 시작하자"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9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후 페이스북에서 집회 참석 사실을 알리며 "봄은 반드시 온다. 끝까지 빛의 연대로 함께하겠다"며 "내란 단죄, 새로운 나라를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자"고 전했다.

이에 이 대표도 반윤 투쟁과 함께 당내 통합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조만간 친노(친노무현)계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도 회동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검찰 내통 발언'에 대한 이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당의 단일대오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이제 내란세력을 응징하는 것은 파면 후 조기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 길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고 '원팀'을 이루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