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업비트와 빗썸이 이어온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 주도권 싸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국내 법인이 가상화폐 시장에 참가할 길이 트이면서 경쟁의 수위가 달라질 전망이다. 법인과 기관이 시장 점유율에 미치는 파괴력은 개인 투자자들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법인계좌 허용에 가상화폐 시장 들썩, 업비트·빗썸 1·2위 경쟁 새 국면으로

▲ 법인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참여할 길이 열리며 업비트 등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법인 영업에 힘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연합뉴스>


이미 해외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강한 자본력을 쥔 법인 및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법인의 가상화폐 시장 참여 폭을 단계적으로 넓히겠다는 내용이 담긴 청사진이 발표됐다.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위해선 은행 실명계좌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그간 은행이 법인 명의로 된 실명계좌 발급을 지원하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했다.

자금세탁과 시장 과열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뒤 이용자 보호 관련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며 법인의 가상화폐 시장 참여 물꼬가 트였다.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검찰·국세청·관세청 등 법집행기관과 대학 등 비영리법인부터 시작해 하반기에는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및 재무목적 매매 실명계좌 개설을 시범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가상화폐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시장에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 지난해 4분기 기관투자자 거래량은 개인 거래량의 3.6배에 달한다. 해외에선 기관투자자가 가상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입증된 상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규제 완화로 개인 투자자 중심이던 국내 가상화폐 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수 있다”며 “법인의 가상화폐 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 가상화폐거래소 거래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 완화에 따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 경쟁도 새로운 흐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 및 기관투자자가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큰 만큼 이들을 유치할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인 고객 유치는 수수료 확대로 이어져 거래소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법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며 가상화폐 시장 규모나 안정성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인 영업 활성화 정도에 따라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시장 점유율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통상 법인 영업은 인터넷 은행보다 시중은행이 강점을 가진 영역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과 제휴를 맺은 거래소들이 약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최근 24시간 거래대금 기준 업비트 점유율은 60.0%, 빗썸 36.9%, 기타 거래소(코빗, 코인원, 고팍스) 3.0% 수준이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암묵적으로 한 거래소가 하나의 은행과만 제휴를 맺고 있다. 투자자는 거래소가 제휴한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그 거래소에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 점유율 1위인 업비트는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은 상태다. 2위인 빗썸은 현재 NH농협은행과 맺고 있고 3월24일부터 제휴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한다. 

코인원은 카카오뱅크,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각각 제휴하고 있다.
 
법인계좌 허용에 가상화폐 시장 들썩, 업비트·빗썸 1·2위 경쟁 새 국면으로

▲ 빗썸은 지난해부터 법인 영업을 전담하는 별도 팀을 꾸리는 등 법인 고객을 유치할 준비를 해 왔다.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법인 거래가 본격화하면 시중은행과 제휴한 빗썸, 코빗 등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바라본다.

다만 코빗의 시장 점유율은 0.5%대로 낮다. 이에 시선은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고 KB국민은행과 손을 잡은 빗썸에 쏠린다.

빗썸은 금융당국이 실명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법인 영업을 전담하는 별도 팀을 꾸리며 준비를 단단히 해 왔다.

업비트는 아직 별도 조직은 없지만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법인계정 운영을 준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미 지방 검찰청, 지방 세무서, 지자체 등에서는 범죄수익 환수 목적, 체납 추심 용도로 업비트 법인 계좌를 개설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아직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지 않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의 움직임에도 주목한다.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하면 요구불예금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뿐 아니라 원화 입출금 수수료 이익 등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법인 고객은 투자 규모가 큰 만큼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곧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4일 업비트는 언론 등에서 보도된 하나은행과의 입출금 계좌 제휴 추진은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