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물산 부당합병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죄를 받은 것을 두고 과거 공소 담당자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재판과 관련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된 데 따른 발언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장 이복현, '이재용 무죄' 관련  "공소 제기자로서 국민에 사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당시 공소 제기를 담당했던 사람으로 국민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전 직장인 검찰 시절 이야기를 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그동안 (의견을) 삼가왔다”면서도 “사건의 기소 논리와 근거를 만들고 재판에 넘겼는데 법원을 설득할 만큼 단단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번 판결이 삼성그룹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돼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앞서 3일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당합병, 회계부정 혐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시점을 임의로 선택했다는 검찰의 주장, 주식매수 청구기간 중에 시세조정·부정거래를 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보고서가 조작이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각종 부정 거래와 회계 부정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아왔다.

이복현 원장은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 시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을 수사해 2020년 9월 이재용 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11명을 기소한 장본인이다.

이 원장은 이날 한국 증시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장기 투자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한국 자본시장은 선진국과 격차, 가상자산 시장의 도전을 받는 ‘양면전쟁’ 위기에 놓여있다”며 “혁신산업 성장 지연과 투자자의 미국 증시 쏠림 현상으로 자본시장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런 위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투자 수요 확충 △기업 경영진의 주주충실 의무 강화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 시장 개혁의 신속한 추진 등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특히 “장기투자는 시장 안정과 투자자 재산 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위한 필수요소”라며 “국내 증시 장기투자 수요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