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TV 등을 제조하고 있고,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연간 4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일부 국내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부분적으로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생산라인 이전에 필요한 비용, 인건비, 경쟁 구도 등 각 기업이 놓인 환경에 차이가 있어 각각 다른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이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TV를, 케레타로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TV), 몬테레이(가전), 라모스(전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대부분을 북미에 공급하고 있다.
기아도 멕시코 몬테레이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생산 차량의 약 60%는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의 건조기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베리 공장은 2018년 삼성전자가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특별관세(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이에 대응해 설립한 공장이다. 당시 멕시코 공장의 오븐레인지 생산라인 일부가 이곳으로 이전되기도 했다.
▲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멕시코·캐나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응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도 멕시코에서 만드는 냉장고를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당초 멕시코에 짓기로 한 차량용 카메라모듈 공장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반면 LG이노텍은 멕시코 생산기지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침을 정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관세를 설사 좀 내더라도 멕시코가 (인건비 등이) 더 싸다”며 “멕시코 공장에서 계속 경쟁력 있도록 만드는 게 지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장 이전에 필요한 비용이나 인건비, 경쟁사 공장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멕시코 공장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LG이노텍은 2023년 3만 평 규모의 멕시코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증설했고, 올해 상반기부터 차량용 카메라모듈을 양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이나 기업에 따라 관세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고, 공장을 미국으로 옮겼을 때 비용이나 효과도 제각각”이라며 “각 기업 상황에 맞춰 다르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기업은 더욱 공장을 이전하는 게 쉽지 않다.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 데다, 이미 구축한 부품 공급망을 미국으로 옮기는 게 매우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멕시코에는 기아뿐 아니라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HL만도, LS이모빌리티 등 부품 업체들도 진출해 있다.
또 높은 원/달러 환율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 공장 이전 과정에서 포기해야 하는 자동차 판매도 고려해야 할 변수로 작용한다.
캐나다에 진출한 배터리 기업도 기존 설비투자 계획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 기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전경. <기아>
이들은 이제 양산에 막 들어갈 캐나다 공장을 포기하는 것보다 관세를 맞더라도 트럼프 정부 4년을 버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공산이 커 보인다.
다만 이번 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단기적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을 포함한 그 외 국가들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자동차는 대미 수출이 13.6%, 전지는 6.6%, 전기전자는 8.8%씩 감소할 것”이라며 “전체 수출 감소액은 약 13조4천억 원, 부가가치 감소액은 7조9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