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첫 기후보험이 3월 경기도에서 시행된다. 개인이 아닌 지자체가 비용을 대는 ‘정책보험’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안간힘인 보험사들에게 과연 안정적인 먹거리가 될 수 있을 지 의견이 엇갈린다. 
 
기후보험 3월 첫 도입, 이상 폭염·폭우에 수익 창출 가능할까 보험사 '술렁'

▲ 경기도가 3월부터 국내 최초로 정책보험성 기후보험을 제공하며 보험사들의 수익 저변도 넓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경기도>


지자체 등이 정책보험 예산으로 보험사에 지불하는 보험료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재원이 된다. 

시작은 지자체 한 곳의 정책보험 형식이지만, 해외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던 국내 기후보험 상품 개발을 촉진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규모를 종잡을 수 없는 자연재해의 특성, 빈약한 관련 데이터를 감안할 때 낙관만 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19일 경기도청에 따르면 경기도는 3월부터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정책보험 형태로 시행하고, 1월 안에 공개 입찰로 보험사를 모집할 계획이다. 

경기도가 기획하고 개발한 ‘경기 기후보험’은 폭염과 한파 등으로 인한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 취약계층을 지원하고자 추진됐다. 보험은 약 1400만 명의 경기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별도 가입 절차 없이 자동가입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본 보장 항목은 △온열질환 및 한랭질환 진단비 △뎅기열 등 감염병 진단비 △기상특보(폭염, 폭우, 폭설 등) 관련 4주 이상 상해 시 사고위로금 정액 지원 등이다.

경기도는 기후보험 사업에 약 34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정책보험 구조상 집행된 예산을 지자체가 시민 대신 보험사에 납부하는 형태며 보험사와의 계약은 1년 단위로 운영된다.

이는 비슷한 형태의 정책보험인 시민안전보험과 비교해도 작지 않은 예산 규모다. 2024년 서울시 기준 시민안전보험사업 예산은 21억4백만 원이었다.

시민안전보험은 각 지자체가 재정공제회와 연계해 제공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험을 제공하는 지자체에 주민등록이 된 사람은 누구나 화재, 자연재해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부터 보장 혜택을 받는다.

경기 기후보험도 마찬가지이지만, 보험사들은 정책보험 사업자로 선정되면 지자체로부터 보험료를 받는다. 새 수익원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보험사는 수취한 보험료를 자산운용 등에 활용해 투자수익을 발생시키면 된다. 

또 이번 경기 기후보험의 시행은 국내 보험업계에 '기후보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는 기후변화 관련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위험 감소 노력에 따른 보험료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등 혁신적 상품을 개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보험에 대한 관심, 상품 개발의 측면에서 글로벌 보험시장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던 국내 보험시장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란 평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신규 시장이 될 수 있기에 기후변화, 기후재해와 관련한 보험 상품 및 보험제도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다”며 “경기도에서 기후보험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 향후에도 보험사들과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보험 3월 첫 도입, 이상 폭염·폭우에 수익 창출 가능할까 보험사 '술렁'

▲ 시민안전보험 등 정책보험은 보험료를 담당 지자체가 예산으로 부담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한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책성 기후보험 자체로 바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보험사들이 시민의 보험금 청구 문턱을 높일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이번 정책성 기후보험은 민간 고객에게 보험료를 받는 상품과 다르게 책정된 예산이 전부 소진된 뒤 시민들이 청구하는 보장은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이 남을 경우에만 보험사에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보험사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청구 기준을 높이면 모든 시민을 위한 복지라는 원래 정책 의도가 훼손될 수 있다.

보험 상품은 여러 가정과 예측을 반영해 개발되지만 실제 손해율 등은 상품이 시장에서 운영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예측보다 높은 손해율이 발생하면 상품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 측은 이미 지난해 7월3일 기후보험 사업 추진배경과 내용 등을 알리는 보험사 대상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보험사들에게 사업내용과 리스크를 충분히 알렸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상품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미래 먹거리로서 기후보험 저변을 넓히는 방향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손해 발생 가능성과 관련해선 일단 운영 뒤 데이터가 축적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