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반도체 라이선스 비용 4배로 인상 추진, 삼성전자에 '이중 타격' 가능성

▲ ARM이 고객사를 대상으로 반도체 설계 기술 라이선스 단가를 대폭 인상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ARM의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퀄컴과 애플 등 주요 고객사에 제공하는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최대 4배 수준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 퀄컴의 ARM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하거나 자체 개발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에 ARM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직접적 영향권에 포함된다.

로이터는 14일 “ARM이 고객사에 공급하는 라이선스 비용을 최대 300% 인상하고 반도체 제품도 직접 개발하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의 모바일 및 PC용 프로세서에 활용되는 핵심 설계기반(아키텍쳐) 및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사실상 모든 기업이 ARM의 설계 없이는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할 수 없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로이터는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의 라이선스 비용 인상에 강한 의지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고객사들과 비교해 ARM의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ARM이 최근 퀄컴에 라이선스 계약 문제로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관련 문서를 입수해 ARM이 이런 계획을 2019년 또는 그 이전부터 수립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ARM이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에 제공하는 기술 라이선스 단가를 대폭 인상한다면 이들 기업의 수익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프로세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스마트폰 원가 부담을 높일 공산도 크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에 ARM 기술을 활용하고 퀄컴과 미디어텍의 제품도 사들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만큼 이중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퀄컴은 이미 ARM의 라이선스 비용 상승에 대비해 자체 설계기술 개발로 의존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애플과 퀄컴 등 고객사는 ARM의 값비싼 기술 라이선스가 없어도 충분히 반도체를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 인상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ARM 반도체 라이선스 비용 4배로 인상 추진, 삼성전자에 '이중 타격' 가능성

▲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하는 엑시노스 프로세서 홍보용 이미지.

반면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시리즈 설계에 ARM 기술을 배제하기 쉽지 않아 비용 인상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RM은 고객사에 제공하는 라이선스 단가를 높이는 데 이어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꿔 자체 반도체 제품을 상용화해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는 ARM이 이런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러 고객들이 두려움에 떨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스마트폰 프로세서 시장에서 ARM 기술의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이는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최신 기술을 고객사에 제공하는 대신 자체 개발 반도체에만 활용하는 등 차별적 전략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ARM의 전략 변화에 따른 여파는 삼성전자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손 회장은 2022년 삼성전자 경영진과 만나 ARM과 퀄컴 사이 라이선스 계약이 2025년에 만료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측이 이와 관련해 퀄컴에 우려를 전하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ARM과 계약이 2033년까지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퀄컴과 계약 기간을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아몬 CEO가 이런 내용을 정식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ARM이 실제로 반도체 기술 라이선스 가격 인상이나 자체 제품 출시계획을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스마트폰 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잠재력이 충분하다.

스마트폰 소비자들도 결과적으로 원가 인상에 따른 가격 상승에 더욱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