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하이브리드' 잇단 신차 출시, 2년 내 휘발유차 판매량 추월 전망

▲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면서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2년 안에 휘발유차 판매량까지 따라잡고 신차 판매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현대자동차>

[비즈니스포스트] 불과 1년 전 국내 연간 신차 판매량에서 경유차를 처음 추월한 하이브리드차(HEV)가 2년 내 휘발유차까지 제치고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길어지면서 전기차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도 잇달아 상품성을 더 높인 하이브리드 신차를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지가 휘발유차 만큼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는 35만2307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28만3365대)보다 24.3% 증가했다. 반면 휘발유차는 같은 기간 71만9664대로 1년 전(82만8554대)보다 13.1% 뒷걸음쳤다.

판매 대수로 보면 여전히 휘발유차 판매량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의 배를 넘는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가 24.3% 판매 성장세, 휘발유차가 13.1% 감소세를 유지한다 가정했을 때, 산술적으로 2년 뒤면 하이브리드차(54만4332대)가 휘발유차(54만3462대) 판매량에서 앞서게 된다.

더욱이 앞으로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 5일 '2024년 자동차산업 평가 및 2025년 전망' 보고서를 내고 "(2025년) 전기차 대체 구매로 인한 하이브리드차 수요 집중 현상 지속, 업체들의 적극적 하이브리드차 출시와 성능 향상으로 소비자 선택지가 확대되며 전기차 구매보류자 이연수요의 하이브리드로 유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내년 내수 자동차 판매량은 166만 대로, 인플레이션 완화와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올해보다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에 발맞춰 일제히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내수 승용차 점유율이 약 75%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기존 준중형·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든 차종으로 확대 적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던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모든 내연기관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현대차가 이날 디자인을 최초 공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팰리세이드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LX3)도 기존에 없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출시한다.

이 차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2)을 처음 탑재하고, 성능과 효율을 모두 크게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형 SUV 압도적 판매 1위 기아 셀토스도 지금껏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됐지만 내년 하반기 완전변경을 거치며 하이브리드 모델이 함께 출시된다.
 
'진격의 하이브리드' 잇단 신차 출시, 2년 내 휘발유차 판매량 추월 전망

▲ KGM의 준중형 SUV 'KR10'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KG모빌리티(KGM)는 내년 상반기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차인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하는데 이어, 하반기부터 준중형 SUV 'KR10'(프로젝트명)의 가솔린, 전기, 하이브리드 모델을 차례로 내놓는다.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시점은 2026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르노코리아가 지난 9월 4년 만에 국내에 출시한 하이브리드 신차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달 6582대가 팔려 국내 모든 SUV 가운데 판매 3위에 올랐다. 회사는 2026년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 오로라2(프로젝트명)를 출시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1년 115.1%, 2022년 63.8%를 보이다 지난해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을 맞아 1년 만에 1.1% 역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21.8%에서 2022년 14.3%로 줄어들다, 전기차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 선 지난해 46.3%로 대폭 커졌다. 그해 하이브리드차는 국내에서 30만9164대가 팔려 사상 처음 경유차(30만8708대) 판매량을 넘어섰다.

국내 전기차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2년 뒤부터 상당 기간 동안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신차 시장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차는 기술적 완성도도 뛰어나고 고연비이면서도 안정된 차종이란 인식이 있지만, 배터리와 모터가 들어가는 전기차는 아직 불안정하다는 인식에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화재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디젤차 시대는 이미 지났고, 소비자는 가솔린차를 사기도 점차 꺼려해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대차가 중소형까지도 하이브리드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2년 정도 뒤면 대형부터 중형, 소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모델에 하이브리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당연히 가솔린보다 하이브리드차를 사게 되고, 하이브리드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