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영향을 받아 변동폭이 커진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고채를 대규모로 사들였다.

그러나 매입규모가 시장의 기대보다 작은 데다 국내외 채권금리 상승압력이 거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없애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국고채 1조2700억 매입, 불안심리 해소에 역부족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은 21일 오후 2시에 국고채 1조2700억 원어치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단순매입(직접매입)했다.

이 총재가 18일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뒤 처음 내놓은 조치인데 한국은행이 직접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국고채를 대규모로 사서 국채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통해 채권금리를 낮추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채권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오른다는 뜻이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국고채 단순매입을 7천억 원 규모로 진행해왔는데 이번에는 2배 이상 확대했다”며 “국채 10년과 3년 지표물도 매입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시장안정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표물은 가장 최근에 발행된 채권으로 사실상 국채 가격의 기준이 되는 채권을 뜻한다. 경과물(비지표물)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국고채 매입에 뒤늦게 나선 데다 규모도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미 3년물과 10년물 국채금리가 각 0.26%포인트, 0.486%포인트 오른 상황에서 뒤늦게 국채매입에 나섰다”며 “규모도 시장이 예상한 3조 원보다 작은 1조2700억 원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12월 미국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국채금리는 크게 올랐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원화채권에도 투자를 줄였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원화채권 투자규모는 전거래일 기준으로 90조5천억 원 아래로 떨어졌는데 201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채권시장의 약세와 12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에 영향을 받아 채권시장에서 투자규모를 줄이고 있다.

국내 3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에 1.736%로 거래를 마쳤는데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년물과 10년물, 20년물, 30년물 국채금리도 전거래일 기준으로 모두 올해 최고치를 나타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금리상승은 미국 재정확대 및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달러화 강세 등 해외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국채매입을 통해 채권금리의 급등세는 진정될 수 있지만 상승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에 추가적으로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국채 보유금액에 아직 여력이 있는 데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가운데 2조 원 규모의 국채가 내년 3월~9월에 원금상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