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 상황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전세보증 조이기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이 전세가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내년 전세시장을 향한 불안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재정난에 대응하기 위해 담보인정 비율을 현행 90%에서 80%로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27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손명수 의원실에 ‘전세보증 근본적 개선대책’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개선 대책에는 전세보증에서 담보인정 비율을 현행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담보인정 비율을 하향하면 전세보증 가입한도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전세보증 가입한도는 현재 공시가격의 140%에 담보인정 비율을 곱해 산정한다. 공시가격의 140%에 90%를 적용한 126%가 된다.
이전에는 공시가격의 150%였으나 지난해 5월부터 현행 기준으로 강화됐다. 내년부터 담보인정 비율이 80%로 하향되면 전세보증 가입한도는 공식가격의 112%로 하향돼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두 차례나 조정을 겪게 된다.
가령 빌라의 공시가격이 1억 원이라면 전세보증 가입한도는 지난해 5월 이전에는 1억5천만 원 이었다. 현행 기준으로는 1억2600만 원이지만 담보인정 비율이 조정되면 1억1200만 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빌라 등 전세시장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 가입한도는 사실상 시세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반에 걸쳐 전세 사기 우려가 커진 데다 은행권 대출 역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 가입한도를 기준으로 삼아 진행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 가입한도의 하향은 전세 보증금이 대부분 은행권 대출로 마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의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전세 시세의 하락은 새 세입자를 들이려는 임대인에게도 자금 조달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대다수 임대인들이 별도 여유자금 없이 새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조정되는 전세보증 가입한도를 적용하면 지난해 체결된 전세계약을 기준으로 69%가 갱신 때 조정된 한도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세 10곳 가운데 7곳에서 전세 보증금을 낮춰야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해져 대출 연장 등이 가능해 진다는 의미다.
전세 보증금의 조정 수준은 평균적으로 전국은 2870만 원, 서울은 3529만 원을 낮춰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태인 집토스 중개사업팀장은 “대부분의 빌라 전세 세입자들이 전세보증 가입을 희망하고 있어 빌라 전세가가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한 금액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가입 요건을 또 갑자기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보증사고를 더 많이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 시장의 유발할 수 있음에도 전세보증 가입한도를 낮추려는 것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재정 위기 수준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10월까지 전세보증 사고 규모는 4조291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전세보증 사고 규모인 4조3347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세보증 사고 규모는 2021년 5790억 원, 2022년 1조1726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4조 원대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전세보증 사고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위변제 규모도 크게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대위변제 규모는 2021년 5041억 원에서 2022년 9241억 원, 2023년 3조5544억 원이다. 올해는 4조 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회수한 비율은 8% 수준에 그치면서 막대한 대위변제 금액은 거의 대부분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현재 보증 여력이 한계에 가까워지자 사상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 7천억 원을 발행해 자본 확충을 추진하기도 했다.
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해 안정적 보증공급을 통한 국민 주거 안정 지원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