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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1월] 한국산업 위기의 근본적 원인 ‘인재 부족’

김승용 기자 srkim@businesspost.co.kr 2024-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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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1월] 한국산업 위기의 근본적 원인 ‘인재 부족’
▲ 삼성전자 감독관이 지난 4월20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직무적성검사(GSAT)에서 한 응시자에 검사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기업들의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이 다가왔다. 재계는 올해 특히 큰 폭의 물갈이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 속 중국 제조업의 약진, 세계적 자국우선주의와 경기침체 등으로 한국 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고,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거세게 분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AI 반도체를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선행 개발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먼저 대량으로 HBM을 공급하며, 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뒤늦게 HBM 개발에 들어갔지만,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아직 통과하지 못하며 HBM 시장 주도권을 내줬다.

또 중국 창신메모리 등 반도체 기업들이 구형 DDR4 등 D램 메모리를 대량 양산하기 시작하며, 세계 D램 메모리 시장에서 15%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IT 분야 수요 부족과 함께 중국 업체들이 이같은 레거시 D램을 저가에 내다팔면서, D램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이전까지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0% 안팎의 점유율로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켜왔고, 세계 D램 시장 가격을 쥐락펴락해왔다. 그런데 중국 메모리 산업 부상으로 삼성전자는 더 이상 구형 D램 가격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는 입장에 처했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비메모리) 사업도 기술력에서 뒤처지며 계속 적자를 쌓아가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누적 적자만 2조 원이 넘는다. 내년에도 적자를 벗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어디 반도체만 위기인가. 중국의 대규모 설비투자와 해외 저가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전통적 중후장대 제조업이 수익성을 잃어가고 있다. 또 배터리,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도 중국의 대약진에 따라 한국 관련 산업은 위기의 코너로 몰린 상태다.

삼성 반도체의 근본적 위기는 결국 인재 부족에서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 사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그 이후 약 20년 간 국내외 고급 인재를 대거 모집했다.  

높은 연봉과 처우에 기술력은 날로 높아졌고, 초일류 기업이란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이공계 기피 현상이 뚜렷해졌고, 일류 공대보다는 지방대 의대를 가려는 수요가 더 많아졌다.

일류 공대 석박사 과정을 졸업해도 국내 기업에 취업하기보단 삼성전자 연봉의 2~3배를 주는 미국 기업이나 중국 등 해외 기업에 취업하는 고급 인력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해외 유명 대학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도 기하급수 늘었고, 이들은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해외 기업의 인재가 됐다.

2010년대 들어 미국과 중국의 세계 경제패권 전쟁이 시작되면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술인재를 끌어들이려는 양국의 노력이 불을 뿜기 시작하며, 이같은 현상은 더 두드러지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1월] 한국산업 위기의 근본적 원인 ‘인재 부족’
▲ 현대위아가 지난 9월6일 경기도 의왕시 현대위아 의왕연구소에서 개최한 열관리시스템(TMS) '밋 업 데이'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현대위아>
이공계 브레인의 ‘탈 한국’ 엑소더스는 심각한 상황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해외 이공계 인력의 연평균 국내 유입 수는 4000명도 채 되지 않은 반면 국내서 해외로 떠난 이공계 인재는 35만명에 육박했다.

스위스 로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10점 만점 기준으로 2021년 5.28(24위)에서 2023년 4.66(36위)으로 하락했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인재가 외국으로 더 많이 나간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2023년 5.35(35위)였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 반도체, 환경에너지 등 5대 신기술 분야에서 오는 2027년까지 국내 34만5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2031년까지 한국 반도체 산업 인력은 약 5만4천 명이 부족할 것으로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예상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산업으로 더 키우겠다며 반도체지원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의 핵심은 반도체 산업 인프라 지원 내용이 주이지, 인재를 어떻게 더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미흡하다. 

또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기술과 IT 산업체에는 업종 특성 상 무조건 저녁 6시면 퇴근하는 주52시간 근로제 대신에 집중 연구개발이 필요할 땐 밤늦게라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인력 탄력근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력근로제 적용을 위한 정부와 정치권 노력이 절실하다는 게 관련 산업계 전언이다.

전 후 70년간 압축 성장해온 한국 산업과 경제는 십 여 년 전부터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헝그리 정신으로 밤을 새워서라도 앞선 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 연구개발 문화는 경제 성장과 함께 ‘워라밸’(일과 삶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소위 먹고 살만해졌고, 등 따시고 배부르니 우리 기업, 정부, 정치권이 안이해진 건 아닐까.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이치이지만, 우리가 과연 지금 편하게 두 발 뻗고 누워 잠을 청할 수 있는 상황인가 자문해본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인재를 자원으로 성장했다. 미래 성장도 인재 없인 불가능하다. 인재가 곧 국가경쟁력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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