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모주시장이 차갑게 식으면서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 속에도 올해 대부분 공모주들은 상장 첫날 급등세를 보였지만 10월 말부터 공모주 불패 전략이 깨지고 있다. 11월 20여 곳의 새내기주가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옥석가리기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첫날 공모가 밑도는 새내기주 속출, 얼어붙은 IPO시장에 옥석가리기 본격화

▲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새내기주들에 관한 옥석가리기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전날까지 코스피·코스닥(스팩 제외)에 신규 상장한 59개 종목에서 상장 첫날 공모가를 하회한 종목수는 14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10월24일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린 씨메스를 시작으로 5일까지 상장한 7개 종목이 연달아 공모가를 하회해 공모주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종목별 상장 첫날 하락폭을 보면 씨메스(-23.00%), 웨이비스(-27.40%), 클로봇(-22.54%), 성우(-12.50%), 에이럭스(-38.25%), 탑런토탈솔루션(-23.67%), 에이치이엠파마(-28.70%) 등이다. 

10월 말부터 상장된 7개 기업이 상장 첫날 연속으로 공모가를 밑돈 것은 이례적 현상으로 해석된다. 

올해 초부터 6월까지 상장 당일 공모가를 밑돈 기업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씨메스와 웨이비스, 클로봇, 성우, 에이럭스, 탑런토탈솔루션, 에이치이엠파마는 모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상장한 백종원의 더본코리아가 8연속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를 막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11월 상장을 앞둔 20여 개 새내기주에 관한 옥석가리기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에어레인, 토모큐브, 노머스, 쓰리빌리언, 닷밀 등이 상장일이 잡혔고 사이냅소프트, 엠오티,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등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마쳤다. 

에어레인과 토모큐브는 공모 희망범위 상단을 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고 노머스와 닷밀은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에 공모가가 정해졌다. 반면 노머스, 쓰리빌리언은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해 희망범위를 넘어 공모가가 결정된 종목들도 상장 당일 공모가를 밑돈 만큼 앞으로 상장할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상장 이후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59곳 기업들 가운데 공모가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된 종목은 14곳에 불과해 45개 기업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모가를 밑돈 종목들의 상장 이후 전날까지 평균 수익률은 –37% 수준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공개 이후 종목별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면서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종목별 수익률은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고 보유 시에도 손실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고 분석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 밑도는 새내기주 속출, 얼어붙은 IPO시장에 옥석가리기 본격화

▲ (왼쪽부터) 정석호 한국IR협의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강석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이기헌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이 6일 더본코리아 상장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새내기주 주가가 상장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증권사가 자기 위험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경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투자자들의 풋백옵션(환매청구권) 청구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풋백옵션이란 일정 기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관사에 다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청약을 통해 공모주 물량을 받은 투자자만 행사할 수 있다. 

주관사 별로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종목을 보면 NH투자증권 아이씨티케이가 있다. 대신증권은 라메디텍과 엑셀세라퓨틱스 주관사를 맡았고 한국투자증권은 씨어스테크놀로지, 아이빔테크놀로지 기업공개를 주관했다. 

풋백옵션 기간을 보면 아이씨티케이(6개월), 라메디텍(3개월), 씨어스테크놀로지(6개월), 엑셀테라퓨틱스(6개월), 아이빔테크놀로지(3개월) 등이다. 이들 주가는 현재 모두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의무보유 기간이 없는 투자자들이 상장 첫날 대거 차익을 실현해 증권사의 부담이 크기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의무인수 물량에 풋백옵션까지 고려하면 증권사의 기업공개 주관사업 관련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공개 주관 증권사는 코스닥의 경우 상장규정 제26조 제6항에 따라 상장을 위해 모집·매출하는 주식의 3%에 해당하는 수량을 필수적으로 인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기업공개부서는 보호예수가 끝나면 물량을 매도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을 맡은 기업의 의무인수 물량을 손해보고 팔면 수수료 잠식 효과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기업공개시장이 얼어붙고 있어 적정가치를 위한 공모가 산정을 더욱 깐깐하게 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도 “연말까지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들의 상장 열기가 지속될 것이다”면서도 “기업가치가 적정한 기업을 중심으로 공모가 상단 초과가 나오고 단기 차익실현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