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우리은행 지분에 이어 한화생명 지분도 매각할지 주목된다.
한화생명 주가가 공적자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려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매각시기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한화생명 지분 15.25%(1억3245만1650주)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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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
예보는 1997년 외환위기 때 한화생명에 3조5500억 원을 공적자금으로 투입해 지분 100%를 보유한 뒤 지금까지 꾸준히 지분을 매각해 2조1400억 원을 회수했다. 남은 공적자금 1조4100억 원 가량은 한화생명 지분 15.25%를 매각해 회수해야 한다.
예보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15.25%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은 4월에 끝났다. 예보가 한화생명 지분을 자유롭게 팔 수 있다는 뜻이다. 보호예수란 개인투자자 등을 보호할 목적으로 한국예탁결제원에 주식이나 채권 등을 보관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보가 앞으로 한화생명 지분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계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과 신지급여력비율(RBC)제도 도입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해 동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화생명 지분을 계속 들고 있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주가를 감안하면 예보가 지분매각을 결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예보는 한화생명 주가가 1만645원 수준이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한화생명 주가는 15일 종가기준으로 6410원인데 최근 11개월 동안 7천 원을 넘지 못 하고 있다. 보호예수가 끝난 4월과 비교해 주가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예보가 어느 정도 손해를 각오하더라도 한화생명 주가가 최소 8천 원 수준은 돼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예금보험공사는 과거부터 한화생명 주가가 8천 원대에 이르렀을 때 지분을 매각했다”며 “예금보험공사가 지금 주가 수준에서 한화생명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예보는 2013년 3월에 한화생명 지분 2%를 1주당 7680원에 매각하고 지난해 10월에 지분 7.5%를 1주당 7980원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한화생명에 재매각했다.
예보가 이른 시일 내에 지분을 매각하려 해도 수요가 마뜩치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은 자사주 13.49%와 최대주주인 한화건설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이 지분 48.3%를 들고 있어 자사주 추가매입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예보가 지분매각을 결정하더라도 자사주 매입은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주가가 어려운 업황에 영향을 받아 낮아진 상황이지만 주가 부양을 위해 실적개선 외에 다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한화생명 주가가 이른 시일 내에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한화그룹이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세우는 등의 대형 이슈가 나타나기 전까지 예보는 지분매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