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바닥을 모르는 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동국씨엠이 프리미엄 컬러강판 판매로 선방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국내 환경성적표지(EPD) 인증을 취득한 동국씨엠 컬러강판 제품. <동국씨엠>
30일 철강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동국씨엠은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바닥을 모르는 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선방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 국내 철강 업체들은 올해 3분기 실적이 대부분 크게 후진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6243억 원, 영업이익 515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3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77.5%나 줄었다.
동국제강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3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8386억 원, 영업이익 215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3%, 영업이익은 79.6%나 줄었다.
국내 최대 철강사임에도 포스코의 철강 사업 부문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4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4% 감소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처럼 국내 철강 업계가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동국씨엠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국제강과 함께 동국제강그룹의 계열사인 동국씨엠은 3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5383억 원, 영업이익 215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1.1% 감소했는데, 철강 기업들 가운데 그나마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동국제강그룹은 2023년 6월 컨트롤타워인 동국홀딩스, 열연사업 중심의 동국제강, 냉연사업에 집중하는 동국씨엠 등 3개 회사로 분할했다.
열연강판은 강도가 높고 용접성·가공성·내식성 등이 뛰어나 산업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철 구조물, 교량, 선박, 차량 제작 등에 쓰인다. 냉연강판은 표면이 미려하고 가공성이 우수한 고급 철강재다. 주로 가정용품, 전자제품, 산업기기 등에 사용된다.
동국제강은 봉강(철근)·형강·후판 등 열연 분야 철강 사업을 한다. 동국제강의 3분기 실적이 악화한 이유는 건설 등 전방 산업 침체로 인해 수요가 감소해 봉강·형강 등이 팔리지 않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2022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면서, 중국 철강의 내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중국 철강 업체들이 해외로 저가에 철강 제품을 쏟아냈다. 특히 중국산 저가 후판이 물밀듯이 국내로 유입돼 국산 후판 수익성을 악화했다.
▲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후판 생산라인 모습. <현대제철>
연간 총 생산량이 10억 톤에 달하는 중국 철강 산업은 가격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수출을 대거 늘렸다. 중국산 철강의 수입 증가로 국내 철강 기업 수익은 악화했고, 현대제철은 정부에 중국산 철강제품 반덤핑 제소까지 신청했다.
전방 산업의 침체는 동국씨엠도 마찬가지였다. 가전 등 전방 산업 수요가 침체해 판매량이 감소했고,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영향까지 받았다.
다만 동국씨엠이 다른 국내 철강업체들과 달리 비교적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럭스틸’ 같은 프리미엄 컬러강판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럭스틸은 동국씨엠의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건축 소재에 쓰이는 목재는 불에 취약하고, 석재는 가공이 어렵다. 반면 럭스틸은 목재·석재 등 천연 자재의 색감과 질감을 표현하면서도 타지 않는 특성이 있고 가공이 쉽다.
▲ 동국씨엠의 컬러강판 '럭스틸; 가공제품. <동국씨엠>
이런 프리미엄 철강 제품은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쉽게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동국씨엠은 이미 컬러강판 관련 특허를 약 30건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지속적으로 늘려 총 1만여 종의 컬러강판을 생산한다.
기존 거래처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동국씨엠이 현재 컬러강판을 수출하는 국가는 180개 국으로 거래처는 7천 곳이 넘는다. 컬러강판은 내수보다 수출 규모가 큰 만큼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동국씨엠이 생산하는 컬러강판의 세부 제품군은 30만 종에 달한다. 세부 제품군이 다양한 이유는 수출 국가별로 선호하는 트렌드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동국씨엠은 이 모든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컬러강판 9개 생산라인, 도금강판 6개 라인, 연속산세압연 1개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증설한 컬러강판 전문 생산라인 ‘S1CCL’에는 십여 년간 축적한 연구개발 노하우를 집중 적용했다.
S1CCL은 세계 최초 라미나강판과 자외선(UV) 코팅 공정을 혼합한 1600mm규모의 생산라인이다. 회사는 컬러강판 시장 고급화를 선도하기 위해 이 생산라인 건설에 약 300억 원을 투자했다.
한편 동국씨엠은 수요 침체와 시장 둔화 속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 대안으로 아주스틸 인수를 선택했다. 회사는 올 8월 아주스틸 인수 기본 계약을 체결했다. 11월 초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동국씨엠은 글로벌 컬러강판 시장에서 생산량 기준 1위 기업으로 올라선다.
회사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 전략인 DK컬러 비전 2030의 실천 일환으로 글로벌·지속성장·마케팅을 핵심 전략 삼아 2030년까지 컬러강판 관련 매출 2조 원, 100만 톤 판매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