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슈퍼널 '에어택시' 상용화 길 열려, 정의선 모빌리티 비전에 '한 발 더'

▲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위치한 슈퍼널 엔지니어링 본사를 올해 5월 방문한 수직비행학회와 항공우주학회 회원들이 S-A2 기체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슈퍼널>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 슈퍼널이 제도가 정비된 미국에서 다수 기업과 협업을 통해 상용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업체를 넘어 개인용 비행체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슈퍼널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는 데 한 발 더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28일 워싱턴포스트와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에어택시’로 대표되는 도심항공모빌리티 관련 제도를 정비하며 관련 기업들의 상용화를 앞당기도록 지원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미 FAA는 에어택시 상용화를 위한 조종사 훈련 과정과 인증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해 UAM의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놓았다. 

UAM을 구현할 주요 기체인 전기수직이착륙기를 미국 항공교통 시스템에 공식 범주로 추가해 공항이나 헬리콥터 이착륙장을 사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블룸버그는 “연방항공청 규정이 확정돼 에어택시 상용화가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당국의 제도 정비는 2028년 현지 에어택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슈퍼널의 기술 개발과 사업 준비에도 탄력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슈퍼널은 최근 운송업체 블레이드에어모빌리티 및 개인용 제트기 기업인 클레이레이시에비에이션과 협약을 체결하고 에어택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슈퍼널이 개발하고 있는 전기수직이착륙기 ‘S-A2’를 2028년 여름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계기로 출시하고 연간 100~200대 규모로 생산할 것이라는 내부 계획도 마련됐다.

슈퍼널이 일반 승객용 에어택시뿐 아니라 공항 및 병원 물류 등 기업사이거래(B2B) 분야에서도 성장 기회를 찾으며 기체 생산 일정을 잡는 가운데 신사업인 UAM의 제도적 불확실성이 확 줄어들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의 슈퍼널 '에어택시' 상용화 길 열려, 정의선 모빌리티 비전에 '한 발 더'

▲ 조비에비에이션의 전기수직이착륙기 N542BJ가 2023년 11월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공개 시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내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UAM 최대 시장으로 예상되는 미국에선 조비에비에이션이나 아처에비에이션과 같은 스타트업이 기체의 기술적 측면에서 선두권으로 평가된다. 

두 기업 모두 시험 비행을 성공시킨 데다 슈퍼널과 비교해 상용화 목표 시점도 빠르기 때문이다. 슈퍼널은 아직 공식 비행 기록이 없다. 

다만 슈퍼널이 선발 주자와 비교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은 현대차의 완성차 양산 경험을 전기수직이착륙기 생산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현대차가 슈퍼널의 전기수직이착륙기를 직접 설립해 생산 자동화 기술 공유나 인력 교류 측면에서 외부 투자만 하는 다른 업체보다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슈퍼널이 지난 1월 공개한 최신 기체 ‘S-A2’에도 자동차용 디자인이 일부 접목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드 맥브라이드 슈퍼널 최고기술책임자는 항공전문지 버티컬을 통해 “전기수직이착륙기를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초로 양산할 수는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차가 그룹사 차원에서 도심항공 교통분야를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역량을 쏟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석부회장이었던 시절인 2019년 10월 임직원과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현대차의 미래는 자동차 50%, 개인항공기 30%, 로보틱스 20%”이라고 도심항공교통과 관련한 비전을 직접 내놓은 적이 있다. 

현재 도심항공교통 관련 스타트업 대부분은 자동차 기업에서 투자를 받으며 차세대 모빌리티 선점경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상 교통과 연계해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점이 완성차업체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유인으로 작용했다. 

조비에비에이션이나 아처에비에이션도 완성차기업 토요타와 스텔란티스로부터 각각 5억 달러(약 6928억 원)와 1억6500만 달러(약 2286억 원)를 투자받았다. 

이와 비교해 슈퍼널은 자금 부분에서도 유리한 요소를 가져갈 수 있다.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이 직접 설립하고 투자해 기체 양산이나 승인 절차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제휴 방식을 선택한 경쟁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현대모비스가 슈퍼널에 직접 지원한 금액은 모두 9억2천만 달러(약 1조2747억 원)로 경쟁사의 투자 규모를 웃돈다. 

슈퍼널이 미국의 제도 정비를 계기로 상용화 길이 열린 상황을 계기로 차세대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현대차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시장 경쟁에서 점차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IT전문매체 테크레이더는 “조비에비에이션과 현대자동차 소유의 슈퍼널 등이 향후 에어택시를 선보일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