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0월 미국 텍사스주의 한 농장에서 갓 심은 작물 새싹이 가뭄에 말라붙어 있다. 2022년 라니냐가 발생했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겨울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번 겨울에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식량체계는 최근 수자원 부족으로 '워터 리스크'를 겪고 있는데 라니냐가 발생하면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각) CNN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번 겨울에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 60% 이상으로 내다봤다.
라니냐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은 25% 미만으로 평가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 일대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게 되는데 통상적으로 세계 기온이 낮아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건조한 기후가 나타난다.
이에 CNN은 과거 통계를 들어 라니냐가 발생하면 미국 국내 주요 식량 생산 지대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NOAA 기후예보센터도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 남부 대평원 일대 강수 및 강설량이 평년 대비 40~70%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팅닷컴은 해양대기청이 미국 남부 대평원 일대에 평년보다 건조한 기후가 발생해 작물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는 전망을 내놨다고 전했다.
미국 농부들은 10월부터 겨우내 생산하는 밀을 본격적으로 심기 시작한다.
존 고트슬랙 NOAA 기후예보센터 부서장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대평원부터 로키산맥 일부 인접 지역까지 낮은 수준에서 매우 극심한 수준에 이르는 가뭄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가뭄완화센터도 같은 날 미국 밀 생산 지역 가운데 52%가 이번 주 내로 가뭄 발생 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주 44%와 비교해 일주일만에 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수자원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식량 생산 체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에서는 미국 남부 대평원을 포함해 세계 주요 생산 지역들이 이미 수자원 고갈로 물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 올해 5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주에 위치한 한 농장에서 밀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뉴욕타임스는 세계자원연구소(WRI)와 세계물경제위원회(GCEW)가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전문가들이 수자원 부족에 따른 식량 위기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식량 생산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10대 식량 생산국들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에 포함된 식량 생산 지역 가운데 3분의 2가 '심각한 물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미국 농무부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올겨울 가뭄으로 미국 대평원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식량 생산지대 밀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밀 보유량은 9년 만에 최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이번 달 기준 미국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부 품종의 밀 가격은 지난달 대비 1톤당 24달러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마이클 모건 NOAA 부청장은 로스엔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똑같은 겨울이 두 번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 겨울이 꼭 어떨 것이라고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다"며 "하지만 따뜻해지는 세상에도 눈보라와 얼음폭풍이 나타나고 극한 가뭄이 나타나는 등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것은 계속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