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가 성황리에 끝났다. 이번 포럼에서는 인도네시아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청(OJK)은 물론 현지 진출 국내 금융사로부터 K-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제언들이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에필로그를 통해 포럼에서 나온 각 금융업권별 주요 과제를 짚고 포럼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인니 은행당국도 디지털뱅킹 정조준, 사이버 보안 손질로 잠재력 키우기 나서
② 한국에 러브콜 보내는 인도네시아 보험산업, 자동차부터 재보험까지
③ 인도네시아니 금융감독 총괄기관 OJK, 한국과 같으면서 다르다
④ KB증권 인니법인 아드리아누스 “인니 증시 8천 돌파 시간문제, 자본시장 성장 이제부터”
⑤ [인터뷰]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장 박종진
⑥ [인터뷰]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대리 젤다 울란 카르티카
⑦ 인니 K-금융 경쟁력 강화, 빠르진 않지만 한발 한발 분명 나아가고 있다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에필로그] 한국에 러브콜 보내는 인니 보험산업, 자동차보험부터 재보험까지

▲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서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뒤엉켜 도로를 달리고 있는 모습. 인도네시아는 현지 자동차보험 의무화를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자카르타(인도네시아)=비즈니스포스트]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한국 보험회사에 강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자동차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국내시장에 풍부한 경험을 쌓은 한국 보험회사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재보험시장은 현지 업체들이 영세한 규모로 사업을 하고 있어 국내 보험사가 진출한다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보험산업은 인도네시아 금융산업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성장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시장 진출과 관련된 위험요인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에 따르면 2025년 1월 도입을 목표로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에 대해 의무적으로 제3자 책임 보험을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자동차보험이 가입 의무사항이 아니다. 아세안 10개국 가운데서도 자동차보험이 의무화가 아닌 곳은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이에 OJK는 자동차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이행을 보장하고 자동차 보유자의 배상책임 이행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3년 발효된 금융부문 개발강화법를 기반으로 모든 차량들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산층의 성장에 힘입어 자동차 소유가 늘어나고 있어 자동차보험 가입이 의무화한다면 자동차보험 수요는 한층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인도네시아 자동차보험시장 규모가 2024년 16억3천만 달러(약 2조2347억 원) 수준에서 2029년 19억1천만 달러(약 2조6천억 원)으로 5년 사이 약 1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인도네시아 자동차보험시장의 성장은 국내에서 진출한 보험사들의 주된 먹거리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손해보험 인도네시아법인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보험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KB카드, KB캐피탈과 함께 자동차 할부금융에 연계해 자동차보험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어 자동차보험 의무화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정래 KB손해보험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BP금융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현재 기업 대상 재산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은 7대3 정도"라며 "앞으로 자동차보험을 늘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은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지난해 현지 손해보험회사인 ‘리포손해보험’ 지분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자동차보험시장에 뛰어 들겠다는 포부를 내놓기도 했다.

한화생명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한 자동차보험 비의무 국가로 정부 주도 하에 자동차보험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고 평가했다.

OJK는 해외 재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기도 원하고 있다. 

죠니에리 OJK 보험감독 실장은 15일 BP금융포럼에서 ‘인도네시아 보험산업 발전 및 강화를 위한 로드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면서 "재보험시장의 경우 현지 기업 8곳이 영세해 지금껏 적자를 내고 있어 투자를 하게 된다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재보험사 유치를 확대해 방만한 현지 업체들이 이끌고 있는 인도네시아 재보험시장에 메기 효과를 일으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에필로그] 한국에 러브콜 보내는 인니 보험산업, 자동차보험부터 재보험까지

▲ 죠니에리 OJK 보험감독부문 실장이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뮬리아호텔에서 열린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인도네시아 보험시장은 성장 잠재력만큼 위험요인도 많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자동차보험은 의무화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자동차보험 의무화와 관련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죠니에리 실장은 BP금융포럼에서 “자동차보험과 관련해 제3자 책임을 적용하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관련 규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재보험시장도 국내 보험회사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이 아세안 금융 중심지인 싱가포르를 중심에 두고 재보험 사업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인도네시아시장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보험산업은 인도네시아 금융산업에서 가운데 성장이 더딘 분야로 꼽히고 있어 국내 보험회사들이 사업 확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진출을 주저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보험 침투율은 인접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2022년 아세안 보험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보험침투율은 2.7%로 인접국인 싱가포르(12.5%), 태국(4.6%), 말레이시아(3.8%)보다 낮다. 

낮은 침투율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반대로 인도네시아인들이 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1월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보험시장이 한국과 비교해 초기 시장으로 볼 수 있으나 보험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보험업권 시장규모도 다소 정체돼 있다”고 평가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