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휩쓴 허리케인 ‘헬렌’ 끝 아니다, 기후변화에 ‘슈퍼태풍’ 세계로 확산일로

▲ 28일(현지시각) 허리케인 헬렌이 내린 비에 침수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강력한 태풍들이 전 세계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근 허리케인 헬렌이 미국 남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가운데 이번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끄라톤이 ‘슈퍼태풍’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에서 강력한 태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4급 허리케인 ‘헬렌’ 영향에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미국 남부 일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4급 허리케인이란 미국 국립 허리케인 센터가 사용하는 사피아-심프슨 등급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위력이다. 1급부터 5급까지 허리케인을 나눠 분류하며 5급이 가장 강력한 태풍이다.

최소 84명이 사망한 것이 확인됐고 수백만 명이 정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미국 주별 재난 당국 발표를 인용해 헬렌은 소멸했으나 허리케인으로 내린 막대한 비가 산간 지방에서 평지로 흘러들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기상예보센터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 상륙해 테네시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까지 북상한 헬렌은 최대 790밀리미터에 달하는 비를 내렸다.

로아 쿠퍼 노스캐롤라이나주지사는 “헬렌은 노스캐롤라이나 서부 겪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태풍이었다”며 “전력과 통신 인프라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당장 주민들이 필요한 물자는 공수를 통해서라도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 반대편 아시아 태평양 일대에서는 가을 태풍 ‘끄라톤’이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에 발생이 확인된 끄라톤은 30일 기준 필리핀 북부 해상을 지나 대만으로 북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끄라톤은 28일 기준 풍속이 초속 40미터, 강풍 반경도 380킬로미터로 매우 넓은 편이다. 30일 현재 풍속은 초속 49미터, 반경은 1천 킬로미터로 늘었다. 이에 블룸버그는 이번 끄라톤이 사실상 ‘슈퍼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로이터와 NHK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대만과 일본 등 끄라톤 경로 상에 영토가 위치한 국가들은 태풍 경보를 발령하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 휩쓴 허리케인 ‘헬렌’ 끝 아니다, 기후변화에 ‘슈퍼태풍’ 세계로 확산일로

▲ 2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끄라톤 대책 관계기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끄라톤을 포함해 사실상 올해 태풍 시즌 내내 세계 각지에서는 연이어 강력한 태풍이 발생한 셈이 된다. 

앞서 올해 7월 카리브해 일대에서는 이례적으로 이른 시기에 5급 허리케인 ‘베릴’이 발생해 미국과 카리브 도서국가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같은 달에는 태풍 '개미'가 대만을 거쳐 중국 방면으로 상륙해 수십 만 명이 넘는 이재민을 냈다. 대만 가오슝에서는 지난해 기록된 이례적 폭우 기록 1천 밀리미터를 넘긴 약 1300밀리미터가 기록됐다.

지난 15일 유럽에서는 폭풍 ‘보리스’가 발생해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에 수백만 명이 넘는 이재민들을 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태풍이 세계 각지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이유가 기후변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코신 '퍼스트스트리트 재단' 과학 고문은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굉장히 높아진 해수온도가 태풍 발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태풍이 발전할 수 있는 연료가 갖춰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태풍들이 위력을 키우는 속도도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원래 태풍은 발생하고 길면 거의 일주일에 거쳐 서서히 위력을 키우는 데 최근 발생한 태풍들은 단기간 내에 위력적인 모습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허리케인 헬렌은 허리케인으로 발전한 것이 확인된지 단 하루 만에 1급 허리케인에서 4급 허리케인으로 발전했다.

현재 필리핀 북부 해상을 지나 대만으로 북상하고 있는 끄라톤도 발생한 28일부터 단 이틀 만에 풍속이 초속 40미터가 넘는 강력한 모습을 갖췄다.

케리 엠마누엘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기과학자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높아진 기온으로 인한 증발과 풍속 간의 피드백 루프 가속은 마치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누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며 "특히 이런 기상현상은 태풍 강도를 키우는 것에 크게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태풍 강도 증가에 더해 기후변화로 일어난 해수면 상승이 겹쳐 향후 태풍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니퍼 콜린스 사우스플로리다 지구과학 교수는 더힐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해수면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며 "높아진 해수면은 향후 강력한 태풍이 상륙했을 때 더 큰 폭풍 해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30일 기준 끄라톤은 최종적으로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늦가을 태풍이 한반도로 경로를 잡은 것은 2019년 미탁 이후 5년 만에 있는 일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태풍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태풍 경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태풍 끄라톤은 과거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미탁이나 차바와 비슷한 시기와 경로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계기관에서는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