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9-26 16: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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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기후위기 대책으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한·중·일 조선업계가 탄소를 대량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인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의 대형화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탄소·포집·저장 규모는 2023년 연간 4500만 톤에서 2030년 4억3500만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발주량은 2030년까지 최대 122척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 한·중·일 조선업계가 미래 먹거리 낙점한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의 대형화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늘어나는 액화이산화탄소 해상운송 수요에 맞춰 선박 저장용량을 키우는 게 향후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시장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26일 조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 중국, 일본의 주요 조선 업체들은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시장 개화를 앞두고 주요 해운 선급으로부터의 대형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인증을 잇달아 받고 있다.
국내 조선 기업 중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 산하의 HD현대미포가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건조실적을 쌓으며 앞서가고 있다.
회사는 포스코, 라이베리아 기국, 로이드 선급 등과 손잡고 2021년부터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건조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2만2천CBM(입방미터)급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는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건조 시장이 개화하는 국면에서 초기 개척자 지위가 부각될 개연성이 높다”며 “이산화탄소운반선 초기 시장을 선점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HMM, 파나시아, 한국선급 등과 공동 개발한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액화·저장설비(OCCS)의 실증에 들어갔다. 이 설비는 시간 당 1톤의 이산화탄소를 선박에서 포집·액화·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선박용 OCCS이다.
회사는 개발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개발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회사는 미국 ABS, 노르웨이 DNV, 한국 KR 등으로부터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설계 개념승인을 획득했다.
▲ HD현대미포는 지난 8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2만2천CBM급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건조에 들어갔다. 사진은 HD현대미포의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조감도. < HD현대미포 >
한화오션은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개발에 지난해 9월 착수했다.
이후 수직 비대칭구조 화물탱크를 최초로 개발해 기본 승인을 얻었다. 이 기술은 화물창 적재 중량을 50% 가량 늘릴 수 있어 7만CBM, 10만CBM급 등 초대형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화물창에 적용할 수 있다. 또 화물창에서 자연 기화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액화해 화물창으로 회수하는 재액화장치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조선 업계도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해운사들과 조선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 중국의 다롄조선소는 이달 초 노르웨이의 '노던라이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프로젝트에 투입할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시운전을 마쳤다. 사진은 다롄조선소가 건조한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노던 파이오니어호 모습. <다롄조선소>
지난달 28일 일본의 3대 선사(MOL, K라인, NYK)는 미쓰비시·이마바리·JMU·니혼조선 등 4대 조선 업체들과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설계와 사양의 표준화를 위한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이들은 장거리 해상 운송을 위해 설계된 5만CBM, 2만3천CBM급 등 저압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의 기본 인증을 지난 17일 획득했다.
중국은 이미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건조 실적을 쌓고 있다. 다롄조선소는 지난해 말까지 4척의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을 수주해 건조 중이다.
다롄조선소는 올해 4월 진수한 7500CBM급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의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이달 초 밝혔다. 시운전을 통과한 이 선박은 연내 인도돼 노르웨이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사업인 노던라이트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롄조선소는 2만CBM급 운반선 설계의 기본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존보다 저장용량을 늘린 선박도 개발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