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우위 추격, K배터리 3사 ‘아킬레스건’  보완 

▲ 중국 최대 리튬 생산 기업인 간펑리튬 관계자가 각형 배터리셀을 다루고 있다. <간펑리튬>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당국이 한화로 4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관련 기업에 쏟아 부으면서 중국 공급망을 향한 의존도를 낮추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늘린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중국산 광물 사용을 줄이는데 애로를 겪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를 온전히 받기 어려웠는데 이런 약점을 보완할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악시오스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당국이 새로 발표한 배터리 소재 관련 지원 정책은 자국 공급망 강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미 에너지부는 현지시각 20일 배터리 소재 관련 기업 25곳을 30억 달러(약 4조95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받을 잠재적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원책은 리튬과 망간을 비롯한 배터리 핵심 광물과 소재, 부품 등을 생산하는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다수의 소규모 업체가 대상이다. 해당 기업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에너지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다. 

미국이 중국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대결에서 약점과 IRA의 맹점을 보완하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집권 초기 인프라법과 IRA로 배터리 완제품 공장에 18억 달러(약 2조4048억 원) 규모의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에 의존도를 낮추기 어려워 광물과 소재 분야에 신규 지원를 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5월17일 발행한 글로벌 핵심 광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제련 공정에 60% 가량을 점유한다. 

중국은 글로벌 코발트 제련 공정에서도 75%를 웃도는 점유율을 보였으며 흑연은 사실상 독점한다. 

반면 미국은 니켈 정도를 제외하고는 배터리 공급망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중국산 배터리 소재 비중을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전기차에만 7500달러 세액공제 전액을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사들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에너지부의 광물과 소재 기업을 향한 신규 지원 정책이 효과를 낸다면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2025년까지 40조 원을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인 한국 배터리 3사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 IRA에서 규정한 요건을 충족하기가 어려워 규제 시행을 연기하거나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미국정부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우위 추격, K배터리 3사 ‘아킬레스건’  보완 

▲ 삼성SDI가 올해 1월18일 미 재무부를 상대로 접수한 요청서. 중국 배터리 공급망으로부터 이른 시일 내 분리가 어려우니 이를 고려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연방규정 제개정 정보포털>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그리고 SK온 모두 흑연 대체 공급처를 찾을 시간이 필요해 미국 정부 당국에 요건 시행 일정을 늦춰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부 지원으로 미국에서 핵심 광물과 소재 등을 조달하기에 유리해지면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데 더욱 탄력이 붙을 공산이 크다. 

미국 에너지부의 잠재적 투자 대상 가운데 한국 배터리와 협력하는 기업도 있어 눈길을 끈다. 

SK온과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협력하는 클라리오스서큘러솔루션스가 1억5천만 달러(약 2천억 원)를 지원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 재활용 업체 서바솔루션스나 흑연 음극재 업체 우르빅스(URBIX) 등도 K배터리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향후 중국산 광물 대체 공급처로 거론된다.  

SK온 관계자는 에너지부 지원 관련 입장을 묻는 비즈니스포스트 질문에 “파트너사들과 북미 스크랩 재활용 사업 관련해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은 대선을 앞둔 민주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스캐롤라이나와 미시간 그리고 애리조나를 비롯해 경합주에 위치한 생산설비가 지원 대상에 다수 포함돼서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투자가 모두 160억 달러(약 21조3710억 원)에 이르는 민간 시설 투자와 1만2천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마중물이 되리라 기대한다. 

경합주 유권자가 이러한 경제 혜택을 기대해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 힘을 실어 민주당 정권이 연장되면 배터리 관련 추가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 배터리 3사 미국 생산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2025년 이후로도 추가 정책 지원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번 배터리 소재와 광물 기업 지원방안이 2022년 처음 논의됐으나 시행 시기가 다소 늦어진 것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원 시행이 늦춰지는 동안 중국 배터리 업체가 이미 소재 공급망에 상당한 우위를 갖춰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새로운 지원 정책이 자국 업체로 하여금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지배력을 따라잡게 만들어야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로서도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매튜 맥도웰 조지아 공과대학 공학 부교수의 “연방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난 수 년 동안 미국 배터리 제조 부문이 극적으로 변했다”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이번 에너지부의 배터리 소재와 광물 기업을 향한 지원도 중국에 치우쳤던 공급망을 미국으로 일부 가져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