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 이반차에 위치한 SK온 배터리 공장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 SK온 헝가리법인 >
헝가리 정치권은 해외 배터리 공장이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는 자국 여론을 반영해 정부 내 관련 부처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보여 K배터리의 향후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헝가리 이반차에 거주하는 한 주민 발언을 인용해 “SK온 공장에서 여름에 큰 소음이 들렸는데 9월 들어 소리 크기가 줄어들었다”라고 보도했다.
SK온은 헝가리 이반차에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고 올해 봄부터 시운전에 들어갔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관련 소음이 커지는 상황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이와 반대되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SK온 헝가리 공장에서 가동하고 있는 생산 라인 개수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현지 정치인 발언도 나왔다.
헝가리 집권당인 청년민주동맹(Fidesz) 소속 정치인이자 이반차 시장인 티보르 몰나르는 블룸버그를 통해 “12개 생산라인 가운데 4개가 가동 중이었는데 최근에는 1개만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SK온 헝가리 공장이 언제 최대 가동률에 도달할지 불분명하다”라고 바라봤다.
유럽 전기차 수요가 급감해 배터리 생산을 늘리기 여의치 않다는 점이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SK온뿐 아니라 삼성SDI 또한 헝가리 괴드(Göd) 지역에 운영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얼마인지 묻는 블룸버그에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31일자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SDI는 유럽 수요 부진으로 헝가리 공장 가동률이 올해 1분기 90%에서 2분기 60%대까지 하락했다”고 추정했다.
일단 SK온과 삼성SDI 모두 공장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영업 기밀을 꼽았다.
다만 SK온은 헝가리 공장 가동률을 묻는 블룸버그 질문에 “운영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에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SK온과 삼성SDI는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하락(캐즘)뿐 아니라 헝가리 정치권의 환경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과도 마주하고 있다.
헝가리 신생 야당인 티사(Tisza)당은 현 정부가 배터리 공장에 환경 관련 규제를 느슨하게 집행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헝가리 유권자들이 배터리 공장에서 야기할 수 있는 환경 오염에 우려하고 있어 이런 여론을 반영하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티사당은 2026년 열릴 총선에서 집권하면 환경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티사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청년민주동맹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헝가리 일부 환경단체는 삼성SDI 공장이 위치한 괴드시를 상대로 공장에 부여한 종합환경영향평가(IPPC)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올해 4월23일 허가 무효화 가처분신청을 받아낸 적이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