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개미' 기후변화에 위력 상승, 국제연구진 “아시아 살기 더 위험해진다”

▲ 지난달 31일(현지시각) 태풍 개미에 침수되고 파괴된 중국 허난성 상탄현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남부와 필리핀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 ‘개미’가 기후변화에 더 강력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세계기상기여조직(WWA)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발생한 태풍 개미가 지구온난화 영향에 풍속이 약 시속 14킬로미터 더 오르고 강수량이 14% 가량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한국, 일본, 중국, 필리핀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에 따르면 개미는 현재 이름 퇴출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특정 국가에 극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힌 태풍은 같은 이름을 가진 태풍이 다시 발생했을 때 해당하는 국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태풍 명단에서 퇴출된다.

이번에 발생한 개미는 풍속이 약 시속 233킬로미터가 넘는 돌풍을 동반했으며 대만과 중국에서 사망자 100여명을 내고 이재민 약 200만 명을 발생시켰다. 중국과 대만 당국은 아직도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하고 있다.

중국 허난성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지역 내 피해 규모만 약 61억 위안(약 1조477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직접 경로상에 있지 않던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도 영향을 미쳐 시간당 300mm가 넘는 극한 폭우를 쏟아내기도 했다.

세계기상기여조직은 개미가 이렇게까지 강력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기후변화가 촉발한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벤 클라크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겸 세계기상기여조직 구성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화석연료가 일으킨 지구온난화는 더 크고 강력한 태풍들이 발생하는 시대를 불러왔다”며 “기후가 점점 더 더워짐에 따라 우리는 개미와 같은 태풍들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아시아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전까지는 살기 굉장히 위험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1900년대부터 2023년까지 개미와 유사한 극한 태풍 발생 사례는 약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레데리케 오토 임펠리얼 칼리지 런던 박사는 가디언을 통해 “개미와 같은 극도로 사나운 태풍은 아시아 지역에 많은 고통을 가져오고 있다”며 “이런 영향을 줄이려면 아시아 국가들은 불평등을 해소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