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처럼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상용화까지 여전히 '산 넘어 산'

▲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공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왼쪽)와 2017년 첫 공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이미지. <삼성디스플레이>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공개한 고무처럼 화면을 변형시킬 수 있는 차세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지만 높은 가격과 파손, 성능 문제 등으로 상용화까진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23일 디스플레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적용한 120PPI(인치당 픽셀) 해상도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고무처럼 늘이거나 비틀어도 원래 형상으로 돌아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평평한 화면을 잡아 늘이거나 돌출시켜 3차원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이번 회사가 공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2017년 다이내믹 아몰레드(AMOLED)를 활용해 처음 공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보다 해상도와 연신율(늘어나는 비율)을 크게 높였다.

하지만 7년 동안의 개발에도 여전히 기존 디스플레이 제품들과 비교하면 기술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올레드로 만든 갤럭시S24 플러스 디스플레이는 510PPI의 해상도를 갖추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의 VR(가상현실)용 올레도스(OLEDoS) 디스플레조차 3500PPI 고화질을 제공한다.

미국 IT 매체 샘모바일은 “삼성디스플레이는 늘어나는 패널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부르지만 진실을 늘인(과장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비싼 가격과 파손 문제도 있어 실제 제품에 적용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상용화 이전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 가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최신 기술인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기기 가격은 기존 제품들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고무처럼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상용화까지 여전히 '산 넘어 산'

▲ 삼성전자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2019년 공개한 갤럭시Z폴드 이미지. <삼성전자>


2019년 당시 최신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출시한 삼성 갤럭시Z폴드의 당시 출고가격은 239만8천 원이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 출시된 아이폰11(99만 원)보다 배 이상 비싼 것이었다.

게다가 많은 충격을 감당해야하는 일상 기기에 적용하기에는 파손 가능성이 높다 문제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피리컬인사이트는 “일반 디스플레이보다 해상도와 밝기가 낮으며, 충격에 약해 수명이 짧다”며 “기술적 제한으로 다양한 기기에 광범위한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돌출된 3D 버튼, 옷이나 가구의 불규칙한 표면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샘모바일은 “멋진 기술이지만, 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유용한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을 생각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파손, 가격, 수율 등의 문제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현실에 적용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전시용 기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발전을 통한 미래 상용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지난 6월 장경인 교수가 이끄는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신축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킨 고도로 안정적인 신축성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신축성 하이브리드 폴리머를 전자소자에 적용해 변형과 외부충격에도 안정적으로 동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술이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등 산업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무처럼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상용화까지 여전히 '산 넘어 산'

▲ 삼성종합기술연구원(SAIT)은 2021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체크하는 기술 내용을 '사이언스 어드밴스드 저널'에 기재했다. <샘모바일>


게다가 삼성전자가 갤럭시Z 폴드를 출시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동안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에 투자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접거나 돌돌 마는 미래형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일반 대중을 위한 IT기기가 아니라 의학 등 특수 분야에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삼성종합기술원(SAIT) 연구팀은 2021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체크하고 표시하는 기술을 ‘사이언스 어드밴스드 저널’에 기재했다.

신축성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사용자가 피부처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장치를 제거하지 않고도 오랜 시간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데 유리하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