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이하 지리그룹)과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급 확대에 나선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캐즘’ 장기화로 미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주문량이 줄어드는 것에 비해,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중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SK온과 중국 지리그룹 협력 강화하는 이석희, 북미 증설 늦추고 중국서 승부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 지리그룹과의 협력 강화하며 중국 배터리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SK온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 사장이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지 이목이 쏠린다.

30일 SK온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SK그룹 차원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한 중국 지리그룹과 SK온의 협력에 속도가 붙으면서, SK온이 지리자동차와 배터리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K그룹은 앞서 지난 6월 지리그룹과 전략 협력관계를 체결하고, 자동차 전자부품, 전기차용 배터리, 그린에너지 등의 사업에서 협력키로 했다.

협력관계를 체결한 지 얼마되지 않은 지난 6월20일 SK온 임원진과 지리그룹의 지리자동차 연구개발 부문 임원진이 충남 서산 SK온 공장에서 만난 데 이어, SK온 이 대표는 지난 29일 방한한 중국 지리그룹 경영진과 모빌리티 사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온은 앞서 지리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2025년부터 생산하는 ‘폴스타5’에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지난해 11월 계약을 체결했다.

지리그룹은 올해 5월까지 전기차 판매량 43만9천대를 기록하며, 세계 전기차 판매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차·포드·폭스바겐·다임러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경쟁사에 비해 아직 공급처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돼왔다.  

이 대표는 지리자동차를 통해 특히 중국사업을 키워 전기차 수요성장이 둔화된 북미 대신 중국에서 배터리 사업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중국 내 상반기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410만6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0% 증가하는 등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중국자동차배터리혁신연합(CABIA)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설치량은 42.8GWh로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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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온은 중국 내 공장 4곳에서 연간 총 77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SK온의 창저우 배터리 공장 전경.


SK온은 중국에서 옌청 1·2공장, 창저우, 후이저우 등에 공장을 구축해 연간 77GWh 배터리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60GWh의 생산능력을 갖춘 옌청공장 가동률이 최근 많이 떨어졌는데,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선 중국 내수시장 공략이 필수인 상황이 됐다.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비해 북미 지역 전기차 판매는 감소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상반기 미국 전기동력차 판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지역 상반기 순수전기차(BEV) 판매는 53만638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줄었다.

북미 전기차 판매 감소는 고스란히 SK온의 상반기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SK온은 전방 고객사의 수요 부진과 신규 공장(헝가리/옌청)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 미국 정권교체 시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축소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2개를 건설 중이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침체로 켄터키주 제2공장 양산시점을 당초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늦추는 등 북미지역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문제는 SK온이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이후 단 한번도 분기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막대한 설비투자비용으로 현금을 까먹고 있다는 점이다.

SK그룹이 알짜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SK온에 합병시키고,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해 재무지원 여력을 확보한 것도 ‘SK온 구하기’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SK온 이 대표는 북미를 제외한 중국과 유럽에서 새 배터리 수요처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이 대표가 앞서 지난 2022년 SK하이닉스 대표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에는 그가 인수를 주도했던 미국 솔리다임이 지속 영업손실을 내 누적 적자가 불어난 것에 대한 문책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로선 SK온의 적자 탈피가 지상 과제가 된 셈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