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새로운 먹거리인 세계 함정 유지·정비·보수(MRO)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연 2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미 해군이 MRO 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어 두 회사의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방산사업 ‘엎치락 뒤치락’, 미군 MRO 시장 쟁탈전

▲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국 군함 유지·정비·보수(MRO)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앞줄 왼쪽 세번째)이 지난 2월27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앞줄 왼쪽 두번째) 안내를 받아 HD현대중공업 울산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고 있다.


MRO 사업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군함 정비실적을 쌓으면서 향후 군함 수주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두 회사는 수주에 불을 켜고 있다. 

국내 MRO 사업에 먼저 뛰어든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을 체결한 반면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본토의 함정 조선소를 인수하며 미 MRO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었다. 
 
16일 조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과 MRO 사업 입찰자격인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을 위한 실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법령은 타 국가에 전진 배치된 함대에 대해서는 MRO를 모항이나 작전지역 인근 함정정비협약을 체결한 조선소에 맡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회사는 또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에 모항을 두고 있는 미 제7함대 MRO 사업 수주를 놓고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이 옥포조선소에 특수선 함정 건조를 위한 전문시설을 증설하기 위해 1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한 것도 미 제7함대의 MRO 수주를 노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국내 최초로 함정정비협약을 체결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필립 S.샌드버그 대사가 울산 HD현대중공업 야드를 방문해 건조 중인 군함과 창정비 시설을 둘러보는 등 MRO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선급협회(ABS)를 비롯해 정비 전문업체·중견 조선소·정비 인프라 구축 전문업체 등 국내외 업체 9곳과 함정 유지·정비·보수 사업 관련 협력을 강화를 위합 협약을 맺기도 했다. 미국선급협회와 검사·인증 협력 체계를 마련키도 했다. 

두 회사는 또 일본 스미토모중공업, 인도의 L&T조선·마자곤독·코친조선소 등 앞서 미군과 함정정비협약을 맺은 해외 조선소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드라이 도크가 필요한 해군 MRO 사업의 경우 함정정비협약을 획득한 조선사들이 슬롯을 가지고 입찰 경쟁하는 방식으로 사업자가 선정될 것”이라며 “지원함과 전투함 구분없이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기회가 오면 지체없이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군과 함정정비협약을 체결했지만, MRO 수주를 위해선 미국 내 조선소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 법령에 따라 미국 본토에 모항을 둔 제2·3·4함대 소속 미국 해군 함정은 본토에 있는 조선사에서 건조되고, 유지·정비·보수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방산사업 ‘엎치락 뒤치락’, 미군 MRO 시장 쟁탈전

▲ 한화오션은 지난 6월2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의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군 함정의 유지·정비·보수(MRO) 사업 수주에 나섰다. 사진은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그동안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타진해왔는데, 한화오션이 지난달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를 인수키로 하면서 미 MRO 수주에 유리한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지분 40% 인수를 위해 손자회사인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에 3600억 원을 투입했다. 조선소 인수대금 552억 원을 내고 남은 출자금으로 추가 인수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미국 내 조선소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함정추진체계 개발과 MRO 사업 분야에서 미국 함정용 가스터빈 제조기업 GE에어로스페이스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강 연구원은 “군함 MRO사업은 선박 건조와 달리 긴 호흡으로 안정적 매출을 낼 수 있는 수익원”이라며 “건조 사업은 사업자 선정 여부, 공정률에 따른 시기별 매출 규모 차이, 건조 중 발생할 변수로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MRO 사업으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 해군은 본토 조선소 인프라의 부족으로 해군 전력 강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1차 세계대전 직후 국가안보·조선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 본토에서 건조된 배만 연안 운송을 할 수 있도록 한 ‘존스법’이 원인이었다. 

그 사이 중국 해군이 전력을 증강해 2022년부터 미국 해군에 함정 수를 역전하자, 미군은 해군 전력 증강을 위한 방안으로 동맹국과 협력해 군함건조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