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7-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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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쩐의 전쟁’이 뜨거워질 태세다.
전 세계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다시 활기를 띠며 중장기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설비 신규 착공과 증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 대기업들이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SK오션플랜트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설비 야드에서 고정식 하부구조물인 재킷이 서있다.
14일 최근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설비 투자를 발표한 SK오션플랜트와 GS엔텍 등의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SK오션플랜트는 ‘부유식’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역량 확보에, GS엔텍은 ‘모노파일'(고정식의 일종) 하부구조물 생산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설비의 기반이 되는 하부구조물 시장은 그동안 재킷(Jacket), 모노파일(Monopile) 등 고정식이 시장을 양분해왔는데, 앞으로는 부유식을 채택하는 프로젝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위 당 전력생산 비용 감소를 위해 해상풍력 발전의 단지와 터빈 용량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의 다양한 방식들. SK오션플랜트는 재킷형에 주력하다 최근 부유식 하부구조물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GS엔텍은 비교적 수심이 낮고 제작비, 설치비가 저렴한 모노파일형 하부구조물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계획을 내놨다. <미국 해상풍력 콘퍼런스>
기존 고정식 하부구조물은 대형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설치할 수 있는 먼 바다로 나갈 경우, 수심이 깊어 설치비용이 급격히 불어나는데 반해 부유식은 수심이 설치비용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달 25일 경남 고성군 일대에 부유식 하부구조물 전문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2026년 완공이 목표인 신규 생산설비는 연간 4500톤급 부유식 하부구조물 40기를 생산할 수 있다.
생산설비 투자규모는 1조1530억 원으로, 2023년 연결기준 자기자본에 165.0% 규모에 이르는 대형 투자 규모다.
부유식 하부구조물은 ‘반잠수형’, ‘원통형’, ‘인장계류식’ 등으로 나뉘는데 모기업 SK에코플랜트가 10메가와트(MW)급 이상의 대형 터빈 설치 가능한 반잠수식 하부구조물을 개발한만큼, 신규 공장은 반잠수형 하부구조물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K오션플랜트 관계자는 “부유식 하부구조물 시장이 본격 개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다양한 방식의 부유식 하부구조물 생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기존 주력하고 있는 재킷 방식 하부구조물 생산력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외 각 국가들의 해상풍력 발전계획을 살펴보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 계획이 여럿 잡혀 있다.
한국에서는 울산에 6.7기가와트(GW)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이 2028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대만에서는 2035년 이후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일본에서는 2030년 이후 부유식과 재킷 위주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5월 메인주와 오리건주 등 2곳을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지역으로 선정하고 사업자를 곧 선정할 예정이다.
SK오션플랜트는 고정식 하부구조물의 일종인 ‘재킷’형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그동안 강점을 보여왔다. 이 회사는 2019년부터 덴마크를 비롯해, 벨기에, 대만, 일본 등의 해상풍력 사업자들에 하부구조물을 공급했고, 그동안 총 190기의 재킷을 생산했다.
회사 관계자는 “터빈 대형화, 발전소 인근 주민보상, 일정하고 강한 풍속 등을 감안하면 모노파일 방식보다 깊은 수심에 설치할 수 있는 재킷 방식이 유리하다”며 “SK오션플랜트의 주력 시장인 대만에서 재킷 방식의 하부구조물이 대세인 점이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해상풍력 발전 하부구조물 사업의 후발주자인 GS글로벌의 계열사 GS엔텍은 고정식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 생산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모노파일 하부구조물 자동화 생산설비에 3천억 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을 지난 8일 밝혔다. 다양한 규격의 모노파일을 생산해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GS그룹 관계자는 “모노파일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투자 완료 후 생산능력은 영업상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GS엔텍은 고정식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모노파일'을 생산하기 위해 화공기기 제작사업장이었던 울산 용잠공장을 2023년 2월부터 모노파일 생산공장으로 전환했다.
모노파일은 철판을 원통형으로 용접해 만든다. 단단한 암반층에는 설치가 어렵지만, 다른 방식의 하부구조물보다 공사기간이 월등히 짧고, 비용이 저렴해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에 주로 설치된다.
회사는 세계 모노파일 시장 1위 기업인 네덜란드의 시프(Sif)와 2022년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 진입했다. 2023년 12월 전남 영광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2천억 원 규모의 모노파일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올해 1분기 매출 67억 원을 냈다.
한편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 씨에스윈드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에 앞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사업 진출을 위해 2023년 11월 덴마크의 해상풍력 기자재 기업 블라트를 270억 원에 인수했다.
블라트는 모노파일, 재킷 등 고정식 하부구조물과 부유식 하부구조물을 생산능력을 두루 갖춘 기업이다. 다만 씨에스윈드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블라트는 1분기 매출 2030억 원, 영업손실은 52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2027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설비 용량은 연 평균 31%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