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 침체에 따라 경영 내실다지기에 매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는데,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전방시장인 전기차 판매 둔화로 배터리의 수요 회복은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닝쇼크’ LG에너지솔루션 하반기 실적 반등에 안간힘, 김동명 내실경영 집중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전방 전기차 판매량 부진 장기화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올 하반기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상반기 매출 12조2906억 원, 영업이익 352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67.8% 줄어든 것이다. 상반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액 6367억 원을 제외하면, 회사는 사실상 영업손실 2525억 원을 기록한 셈이다. 

실적 부진 원인으로는 △폴란드와 중국 생산공장의 저조한 가동률 △소형 배터리 판매 부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의 전력망 프로젝트 지연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역래깅(가격하락에 따른 원재료 재고가치 변동) 효과 등이 꼽힌다. 

문제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회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지 여부다. 

주요 고객사인 전기차 제조사들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고, 회사의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 고정비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GM과 합작해 미국에 세운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셈즈의 재고가 하반기 실적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얼티엄셈즈의 상반기 배터리 출하량은 13.4GWh다. 이는 전기차 13만 대에 장착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GM의 전기차 판매량은 4만3천 대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GM의 전기차 배터리 재고가 높은 수준이라는 반증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하반기 GM의 전기차 생산량 계획이 하향 조정된다면,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에서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액공제 규모가 대폭 줄어 하반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증권사들은 잇달아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9일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매출 28조1490억 원, 영업이익 1조6400억 원으로 낮췄다. 기존보다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33.3% 각각 하향한 것이다. 특히 세액공제 보조금을 제외한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770억 원으로 기존보다 91.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올해 실적 목표로 작년 대비 매출성장률 4~6%(미드싱글)로 잡았지만, 달성이 불확실해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33조7450억 원을 거뒀다.

김동명 사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경영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사장은 지난 4일 사내메시지에서 "투자속도를 조절하는 현 시점에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낭비 요인을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회사는 또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이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공장 건립을 일시 중단했다. 
 
‘어닝쇼크’ LG에너지솔루션 하반기 실적 반등에 안간힘, 김동명 내실경영 집중

▲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말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공장의 건립을 일시 중단했다. 올해 4월에 착공에 들어간지 2개월 만이다. 사진은 공장 조감도.   


회사는 이와 함께 가동률이 떨어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김 사장은 기술 개발을 통해 앞으로 전기차 대중화 시기가 도래했을 때 더 큰 폭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는 2028년 목표로 건식전극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건식전극 기술은 배터리 전력 소비량을 30% 줄일 수 있고, 배터리 생산비용 또한 17~30% 가량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회사는 또 이달 초 호주의 리튬광산기업과 15년 동안 총 175톤의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리튬정광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해 “오는 25일 2분기 실적발표회 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