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낮은 수율과 생산비용 문제로 4680 배터리 생산을 중단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테슬라의 배터리 관련 공정. <테슬라>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셀 자체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며 아예 중단할 수도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온다.
같은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를 적극 개발하고 있는 K배터리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24일(현지시각)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에볼루션에 따르면 테슬라가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셀 생산을 중단하고 외부 업체에 전적으로 맡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4680 배터리는 테슬라가 자체 기술로 내재화해 생산하려는 새 규격이라 일명 ‘테슬라 배터리’로도 불린다,
다만 테슬라가 자체 제작하는 4680 배터리는 기존에 사용하던 2170 배터리 대비 성능 향상폭이 뛰어나지 않은 데다 충전 속도 및 생산 단가 등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터리 수율(양품 비율)이 고작 20%에 불과하다는 추정도 나오는 상황이다. 4680 배터리는 최근 테슬라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도 여겨진다.
테슬라의 신형 전기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이 충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도 자체 4680 배터리의 낮은 성능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생산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것이다.
오토에볼루션은 “테슬라는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까지 단행하며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었는데 올해 연말까지 원하는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면 4680 생산을 중단하고 외부 업체에 전적으로 공급을 맡길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로이터의 2023년 12월21일자 보도를 보면 테슬라는 ‘건식 코팅’ 기술을 활용해 4680 배터리 제조 속도를 늘리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애초 목표는 연간 2만4천대 가량의 사이버트럭에 탑재할 만큼의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것이었지만 실제 생산량은 목표에 미달했다. 이러한 상황이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선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시장 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스리서치의 후지타 미츠타카 연구원은 닛케이아시아에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4680 배터리를 만들어 보려 했지만 순조롭지 않다 보니 더 많은 물량의 4680 배터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 외에도 찾는 고객사들이 많다. 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 노말에 위치한 리비안의 전기차 제조 공장에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가 팩으로 조립되는 모습. <가와사키로보틱스> |
테슬라가 자체 개발했던 4680 배터리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이 나오는 데는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외부 협력사의 공급체계가 갖춰지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오창 ‘마더 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 생산 라인을 갖추고 올해 8월을 목표로 양산에 나선다. 테슬라로서는 연말에 배터리 생산을 중단해도 전기차 생산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설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한 미국 애리조나에 36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설비를 추가로 구축하고 2026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테슬라는 이전부터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셀을 공급받았는데 이러한 협력사가 생산 설비를 충분히 갖추면 차량 생산에만 집중할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SDI도 이르면 연내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양한 고객사들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제품 규격을 다각화한 라인업을 갖춰내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SK온도 2024년 1월 소비재 전자 전시회(CES) 현장에서 지름 46㎜ 원통형 계열 개발을 공식화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K-배터리에 수혜로 돌아올 가능성 커진 셈이다.
46㎜ 규격 원통형 배터리 고객사는 테슬라 외에 더 있다. BMW와 리비안도 삼성SDI의 고객사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영향력을 더욱 키워 테슬라를 비롯해 안정적 완성차 고객 기반을 확보한다면 중국 배터리 업체와 맞설 새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일본 파나소닉이 ‘복병’이 될 수 있다. 파나소닉도 테슬라의 기존 주요 배터리셀 공급업체라는 이점을 살려 4680 배터리 생산 규모를 더욱 확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미국 캔자스주에 40억 달러(약 5조5518억 원)를 들여 4680 설비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테슬라나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지만 파나소닉은 기술 및 안전성 측면에서 자신들이 선도적이라고 자평한다”라고 보도했다.
다만 K배터리 업체들은 글로벌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사용량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파나소닉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4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순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각각 2, 3, 4위에 올랐다. 파나소닉은 5위에 그쳤다.
결국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테슬라를 붙들고 이를 다른 고객사까지 넓힐 지 여부가 앞으로 안정적 공급기반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