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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100일 갓 넘은 정용진의 수시 인사, 신세계그룹에 '득'일까 '실'일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6-19 15: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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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100일 갓 넘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102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용진</a>의 수시 인사, 신세계그룹에 '득'일까 '실'일까
정용진 회장(사진)이 신세계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 100여 일 만에 계열사 대표 3명을 교체했다. 정 회장의 수시 인사가 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수시 인사를 놓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그룹이 위기인 상황에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이만한 방법도 없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잦은 인사가 오히려 계열사 대표들에게 '공포감'만 심어준다는 부정론도 공존한다.

수시 인사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정 회장의 전략이 적중하는 것이겠지만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던 다른 사례를 살펴보면 그 결과를 장담하기만은 힘들어 보인다.

19일 재계 반응을 종합하면 정용진 회장이 지마켓과 SSG닷컴의 수장 동시 교체 카드를 통해 명확히 드러낸 신세계그룹의 수시 인사 기조가 그룹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수시 인사의 횟수나 교체된 인원의 수만 놓고 절대적으로 많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회장 취임 이후 수장 교체의 속도만 살펴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정 회장이 지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교체한 것은 4월 신세계건설 수장을 바꾼 뒤 약 2달 반 만의 일이다. 회장 취임 이후로만 보면 103일 동안 모두 두 차례 수시 인사를 실시해 세 명의 대표를 경질했다

정 회장은 이미 ‘신상필벌’에 따라 수시 인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이미 내비쳤다. 다만 회장 취임 100여 일 동안 모두 3명의 대표를 갈아치웠다는 점에서 그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반응도 제법 많다.

정 회장이 수시 인사를 지속하는 배경에는 위기에 놓여 있는 신세계그룹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대표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 데 충분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정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꺼낸 수시 인사는 다른 재벌그룹들이 모두 한두 차례씩은 써본 경험이 있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수시 인사를 대표했던 그룹은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과거 2000년대 중반부터 부회장단과 사장단을 자주 교체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수시 인사는 확실한 신상필벌과 스피드 경영,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정몽구 회장 특유의 인사 방식이다”며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내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설명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수시 인사는 인사 수요가 발생할 때 곧바로 대응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즉각 나타날 수 있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하여금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나은 대책을 끊임없이 강구하도록 조직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는 덤으로 따라온다.

삼성그룹과 LG그룹 등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수시 인사를 벤치마크한 듯한 수시 인사 기조를 가져갔던 때도 있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원래 여러 인물을 놓고 한 번 믿으면 오래 중용하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2011년에는 사장 인사만 3번이나 실시했다. 당시 이 회장은 “지금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더 빠르게 대처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시 인사의 부정적 평가도 끊이지 않는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얘기는 각 CEO들이 중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자칫 소홀하게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만 쫓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등한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수시 인사를 통해 누군가를 경질할 때 그 근거로 삼게 되는 몇몇 지표만을 가지고 CEO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현재의 부진한 실적이 미래 도약을 위한 대규모 투자 탓일 수도 있고 때로는 과거 CEO의 잘못된 결단에 따라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회장 100일 갓 넘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102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용진</a>의 수시 인사, 신세계그룹에 '득'일까 '실'일까
▲ 정형권 지마켓 대표이사 내정자(왼쪽)와 최훈학 SSG닷컴 대표이사 내정자.

수시 인사가 국내 재벌그룹의 잘못된 관행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한 외신은 현대차그룹의 수시 인사를 놓고 “정몽구 회장 및 다른 최고경영진들은 대부분의 미국 CEO와 비교해 훨씬 권위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며 제왕적·권위적 리더십을 비판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사례를 통해 봐도 수시 인사가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느냐에 대해서는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렵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과거 수시 인사를 통해 밖으로 내보냈던 인물을 6개월~1년 만에 다시 불러들이기도 했다. 이런 행보가 잦아지면서 임원들 사이에서는 회사 밖으로 나갔다 하더라도 개인 핸드폰 번호도 바꾸지 말고 다른 자리를 알아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그만큼 총수의 결단에 따라 다소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수시 인사의 폐해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용진 회장이 꺼내든 신세계그룹 수시 인사가 그룹 전반적으로 이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사실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오로지 실적만이 이 기조의 옳고 그름을 증명할 수 있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19일 지마켓과 SSG닷컴 수장인 전항일 대표와 이인영 대표를 모두 경질하고 그 빈자리에 각각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출신의 정형권 대표와 최훈학 영업본부장을 내정했다.

신세계그룹은 그룹을 대표하는 두 이커머스 플랫폼 총책임자의 교체 이유를 놓고 “이커머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함이다”며 “경영진의 대대적 교체로 신세계 이커머스는 재도약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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