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배터리 재활용에 눈 돌리는 K배터리, 중국 저가 LFP 공세 넘는다

▲ 일각에선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주력해온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경쟁력을 다시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배터리 업계가 사업 부진에 휘청거리고 있다. 주력으로 했던 고성능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밀리고 있고, 리튬 등 핵심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각광받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 발전에 따라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등 원재료를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한국산 NCM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재기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를 분해해 다시 재활용하는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조만간 배터리 수명이 다 된 전기차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배터리 품질 보증 기간이 평균적으로 8~10년 정도”라며 “전기차 시장은 2018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8~10년 후인 2026~2028년부터 전기차 폐차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시장조사업체는 최근 세계 전기차 폐차 발생량이 2023년 17만 대 규모에서 2030년 411만 대로 늘어나고, 2040년에는 4227만 대 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3년 9조5천억 원 규모에서 2030년 30조 7천억 원, 2040년 133조5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일각에선 NCM 배터리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폐배터리로부터 주 원재료를 값싸게 조달하면 MCN 배터리도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 재활용 및 재사용 시장이 활성화되면 원자재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보고 있다”며 “NCM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NCM 배터리보다 저가 중국산 LFP 배터리가 2022년부터 더 주목 받기 시작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급격한 원자재값 상승이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NCM 배터리 주 원료인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치솟으면서, 당시 (완성차 업체들은) 이들을 사용하지 않아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LFP 배터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배터리 재활용에 눈 돌리는 K배터리, 중국 저가 LFP 공세 넘는다

▲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재활용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폐배터리를 분해하는 모습. <연합뉴스>


게다가 LFP 배터리 재활용률이 낮아,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는 NCM 배터리 기업에 더 유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LFP 배터리의 경우 리튬을 제외하면 값싼 인산, 철 등의 원료를 주로 사용해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세범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수준에 따라 LFP 배터리 재활용 처리 시, 오히려 리사이클링 업체에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업계 관계자는 LFP배터리 재활용 사업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LFP배터리 재활용은 사업성 유인이 낮고 분해 추출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상용화가 힘들다”며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 수준밖에 안될 것이고, 지금 기술력으론 LFP 재활용은 어렵다고 보는 게 정론”이라고 말했다.

LFP배터리에 비해 고가의 원재료를 사용하는 NCM 배터리는 재활용 가치가 높다는 설명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 측은 “배터리 재활용의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NCM과 리튬코발트(LCO) 배터리”라고 분석했다.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LFP 배터리의 블랙매스(폐배터리 분쇄물) 1톤당 추출할 수 있는 원자재 가치는 약 430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NCM배터리 재활용시 평균 블랙매스 1톤당 추출되는 리튬, 니켈, 코발트 가치는 LFP배터리의 3배에 가까운 1200만 원에 이른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2040년 기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에서 차지하는 주요 메탈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니켈 52%, 리튬 28%, 구리 10%, 코발트 9% 등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을 알린 배터리 양극재 제조사인 엘앤에프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기술로, 업계 평균 대비 3배의 폐배터리 처리 능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 현대글로비스와 에코프로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말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 레드우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