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배터리·태양광·철강·알루미늄 등 상당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대폭 높임에 따라 국내 산업계가 반사이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소재·부품·장비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타격이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미·중 분쟁이 격화돼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산업 전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주요국의 관세전쟁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맞이한 상황을 짚어보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상]미국 EU 관세폭탄에 중국 '맞불' 태세, 한국 산업 반사이익 낙관 금물
[중]배터리·태양광 글로벌 관세전쟁 한복판에, 중 보복시 공급망 차질 우려
[하]미국의 대중국 관세 폭탄, 자동차 "반사이익 크지 않아" 철강은 "우려"

[관세전쟁 격화-상] 미국 EU 관세폭탄에 중국 '맞불' 태세, 한국 산업 반사이익 낙관 금물

▲ 미국 중국 관세전쟁에 한국 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다는 시각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을 재개한 가운데 유럽연합(EU)까지 참전하면서, 국내에 미칠 영향에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등의 업종에 반삭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각국의 관세 장벽이 국내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제품 등 상당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대폭 높임에 따라 일부 국내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에서 팔리는 중국 전기차에 매겨지는 관세는 25%였으나, 100%로 인상된다. 반도체와 태양광 셀 관세는 기존 25%에서 50%로, 배터리와 철광·알루미늄도 각각 7.5%, 0~7.5%에서 25%로 오른다.

특히 중국 전기차 관세는 4배 급등하는 것으로, 오는 8월1일 관세인상 조치가 발효되면 미국 내 한국 전기차 수출이 더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과 EU, 일본 등이 중국산 전기차·하이브리드차 관세를 모두 20% 인상한다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60% 가량 감소할 것”이라며 “반면 미국 수출은 13.6%, 한국은 10%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두고 중국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EU도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오는 7월 예비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와 HD현대에너지솔루션, 한화큐셀 등 태양광 패널 업체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미국은 2023년 국내 태양광 제품 수출액 10억 달러 가운데 96%를 차지한 최대 시장으로, 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 정부의 중국산 태양광 장비 유입 견제 정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 미국 내 중국산 재고가 소진되고 가격 경쟁이 둔화한다면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전쟁 격화-상] 미국 EU 관세폭탄에 중국 '맞불' 태세, 한국 산업 반사이익 낙관 금물

▲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생산공장.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EU-중국의 관세 전쟁은 얽히고 설킨 세계 공급망 속에서 국내 기업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제재에 대응해 대형 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수입 차량에 관세를 임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대만, 미국, EU, 일본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는 자동차 부품이나 전자·전기제품, 공업 기계 등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보복조치가 당장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과거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이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 통제를 강화했던 것처럼, 관세 이외 추가 조치를 취했을 때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현재 2차전지용 원료·소재 가운데 산화리튬, 황산코발트, 산화코발트, 황산망간, 전구체 등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 영구자석, 희토류와 같은 미래 핵심자원으로 기대되는 물질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중 관세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복합적인 데다, 산업별로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게다가 향후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해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진다면 국내 기업들의 대체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 기조가 결국 한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조치인 만큼, 향후 국내 기업들도 미국 내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현석 계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주요 공급망을 자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의미”라며 “당장은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미국이 ‘보호주의’ 기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면 결국 한국 기업에도 높은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