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래미안 올해 첫 도시정비 수주 임박, 이서현 복귀 후 주택사업 가늠자

▲ 삼성물산은 6월 중에 광안3구역 재개발을 비롯해 서울 서초구 잠원동 강변아파트 리모델링 등에서 도시정비 사업 수주를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에서 올해 첫 수주를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한동안 주택사업에서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여의도와 한남동 등 핵심 지역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는 데다 총수 일가의 경영 복귀 등이 맞물리면서 사뭇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부산 광안3구역 재개발 사업의 수주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이 28일까지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절차를 마치면 광안3구역 조합은 6월22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통해 시공사로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안3구역 조합은 4월20일 정기총회를 통해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 아직까지 도시정비 사업에서 수주 성과가 없다. 이번 광안3구역 수주가 확정되면 올해 마수걸이 수주가 되는 셈이다.

광안3구역 수주가 성사되면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이 부산 수영구에 처음 들어서게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래미안은 지방 분양이 거의 없는 아파트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수도권 외에는 부산 정도가 래미안 분양이 이뤄진 지역이다.

삼성물산이 최근 5년 동안 단 4차례만 래미안 분양을 진행했을 정도로 주택사업에 힘을 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산에서 래미안이 지어지는 일은 더욱 드문 일인 셈이다.

지방에서 래미안 단지 건설이 드문 만큼 광안3구역 조합이 시공사 선정 전에 진행한 선호도 조사에서 래미안은 94%에 이르는 지지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에 주택사업에서 수주 실적이 없는 만큼 2분기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 서초구 잠원동 강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수주 성공을 앞두고 있다. 6월25일 시공사 선정총회가 예정된 만큼 광안3구역보다는 며칠 늦게 수주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부산 사직2구역 재개발 사업 등 도시정비 사업의 입찰에도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한때 아파트 사업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택사업에서는 비교적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 최근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불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주택사업에 다시 공을 들이는 모습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여겨진다.

삼성물산의 2023년 도시정비 신규수주 규모는 2조951억 원 정도다. 업계 내 1, 2위를 다투는 현대건설이 지난해 도시정비에서 4조6122억 원을 신규수주 성과를 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에서 3조 원 이상을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워 둔 상태다.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 다시 무게를 싣는 데는 삼성 총수 일가를 둘러싼 상황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2015년 합병 발표를 앞둔 2013년부터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을 정도로 빠르게 주택사업에서 발을 뺐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물산에 지분이 없었던 만큼 삼성물산의 덩치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올해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진행된 소송의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1심 무죄 판결로 삼성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4월에는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의 경영 복귀도 이어졌다. 이 사장은 경영 성적 부진, 배우자인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의 국정농단 사태 연루 등을 이유로 2018년 12월부터 계열사 경영에 거리를 둬 왔다.

이 사장의 앞으로 경영활동 방향을 놓고 과거처럼 패션뿐 아니라 삼성물산의 모든 사업 영역을 담당하는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복귀한 만큼 건설부문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려 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특히 주택사업은 건설부문에서 이 사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쳐 볼 만한 영역으로 꼽힌다. 주택사업은 일반 대중에 가장 친숙한 상품인 데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이 사장이 브랜드 관리 등에서 상대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재편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되고 있다. 2000년 도입된 래미안은 사실상 아파트 브랜드의 원조격으로 주요 건설사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한자어로 이뤄져 있다.

근래 들어 다른 건설사에서도 총수 일가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브랜드 재편 움직임이 함께 나타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박세창 부회장이 승진한 금호건설은 20년 만에 새 브랜드 '아테라'를 선보였고 3월 이규호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코오롱글로벌은 기존 '하늘채' 브랜드를 재단장했다. 허윤홍 사장 오너 대표 체제가 들어선 GS건설도 '자이’ 리뉴얼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