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로 증권사 실적 뚜렷해진 양극화, 중소형 증권사 2분기도 '먹구름'

▲ 주요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시즌이 대체로 마무리됐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은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1분기 실적시즌이 대체로 마무리된 가운데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사이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낸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업황 악화로 2분기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2분기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국내 주요 10대 증권사(자기자본 기준) 실적을 종합한 결과 이들 증권사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합산 순이익 1조8073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1조8264억 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과 부동산시장 침체 영향에도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가 존재하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특히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실적 개선흐름이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으로 3687억 원을 내면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 늘어난 것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NH투자증권(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4% 개선), KB증권(40.1%), 하나증권(8.5%), 대신증권(1.5%) 등도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리테일 부문 강자인 키움증권(-16.3%)과 삼성증권(-0.2%)은 순이익이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며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됐다. 

1분기 우호적 증시환경이 조성된 점과 지난해 말 부동산PF 손실을 선반영한 점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컨센서스 상회의 요인은 증권사 전반적으로 늘어난 거래대금 및 금융상품 판매 관련 수익 등으로 리테일 부문이 양호한 실적을 낸 가운데 지난해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이었던 PF, 해외부동산 관련 비용 규모가 줄어든 데 있다"고 말했다. 

실제 1분기에는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리테일 기반 증권사들과 전통 기업금융(IB)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 위주로 호실적이 나타났다. 
 
부동산 PF로 증권사 실적 뚜렷해진 양극화, 중소형 증권사 2분기도 '먹구름'

▲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과 일부 대형사들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증권이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6.9% 줄어든 순이익 102억 원을 냈다. 유진투자증권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4% 감소한 순이익 157억 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금융 비중이 높은 하이투자증권은 추가로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를 냈다. 다올투자증권은 순이익 67억 원으로 흑자를 이어갔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82.6% 쪼그라들었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고위험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왔던 만큼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여파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리테일 부문 수익비중이 높지 않은 만큼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수혜도 미미했다. 

이런 가운데 2분기에도 중소형 증권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비교적 고위험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 증권사 중심으로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13일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을 담은 '부동산 PF 연착륙 방향'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부실이 우려되는 브릿지론 4조5천억 원에서 7조 원 가량이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경우 브릿지론 비중이 높아 충당금 적립 규모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PF사업장 사업성 평가기준 세분화와 경공매 진행에 따른 충당금 적립률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