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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5일 전남 한국전력공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국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전이 과거에 누진제 폐지방침을 마련했다가 취소한 사실이 드러나 조 사장에 대한 국회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과다 사용자를 위해 누진제는 필요한 제도”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평균 전기료와 저소득층 전기료는 싼데 징벌적 전기요금은 결코 싸다고 할 수 없어 차이가 크다”며 “현행 6단계 누진제를 낮춰 급격한 차이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누진제의 완화는 수용했지만 폐지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조 사장이 그동안 여러차례 완화할 뜻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개선방안도 누진제 완화인 만큼 이날 조 사장이 내놓은 공식입장은 예상된 결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전이 과거 누진제 폐지방침을 정했는데 조 사장이 오히려 더 후퇴한 방침을 보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누진제를 완화했다가 폐지하는 계획을 과거에 이미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3월 한전 요금제도팀이 작성한 ‘전기요금 산정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과도한 누진율이 소비자들의 요금 불균형을 초래한다며 2008년 누진제를 3단계와 3배율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09년에서 2015년 사이에 누진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고객이 전압별 요금과 시간대별 요금 가운데 고를 수 있도록 선택요금제를 추진하는 내용도 방침에 포함했다. 그러나 이 방침은 정부 반대로 도입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조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누진제 완화 의지를 밝혀왔지만 그 이면에는 한전이 손실을 봐선 안 된다는 속셈이 있었다”며 “누진제를 완화한 뒤 폐지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그대로 지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전은 사내유보금이 49조5224억 원으로 드러나 공기업으로서 과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유보금을 낮춰 국민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훈 더민주 의원은 “민간기업보다 경영 리스크를 크게 받지 않는 공기업이 사내 유보금을 이렇게 많이 남길 이유가 없다”며 “전기요금 개편으로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의원도 “유가의 하락이 소매가격에 연동되지 않아 차익이 한전에 집중되고 있다”며 “낮은 유가를 적기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저유가의 혜택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이 국민이 힘들게 부담한 전기요금을 정부의 쌈짓돈으로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전의 과다한 주식 배당률이 산업은행의 손실을 메우려는 정부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홍익표 더민주 의원이 입수한 한전 이사회의 2월29일 회의록에 한 이사가 “(정부에 대한) 이번 배당액은 과다하고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자 다른 이사가 “최대주주가 정부인 공기업 입장에선 정부 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득한 내용이 담겼다.
올해 한전은 1조9900억 원의 배당금 가운데 58%를 정부부문에 지급했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6547억 원을 받아가 국민연금(140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여파로 1조895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홍 의원은 “국민의 전기요금에서 발생한 한전의 수익이 당연히 국민을 지원하는데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과다한 이익과 사용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누진제 폐지 또는 대폭 완화에 대한 압박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에너지신산업 투자 등의 이유로 소폭 인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입장을 내세우기 난감해졌다.
전기요금 당정 TF(태스크포스)는 이르면 11월 누진제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