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혹되지 마라.’

영화 ‘곡성’의 홍보문구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별로 없으면 실망스러운 법이다.

정부가 내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진행하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정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일까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6 코리아세일페스타 나흘째인 10월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방문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비롯해 가전회사, 자동차회사 등도 올해는 대거 참여해 판을 키웠다.

세일기간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이 대폭 늘었고 자동차회사와 가전업체들도 준비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며 추가 할인판매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세일기간이 워낙 길고 일부 백화점의 경우 연중 정기세일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소문난 잔치로 소비자 현혹만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10월3일 오후 강남의 한 백화점 매장을 찾았다. 연휴가 낀 첫 주말의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백화점은 의외로 한산했다. 운동화를 살 요량으로 ‘르꼬끄’란 매장을 찾았다. 온라인에서 이미 점찍어둔 품목을 찾았는데 직원은 “없다”고 했다. 시즌이 지난 물건이라 없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진열된 품목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진행된다는데 할인은 안 되냐고 물었다. 직원은 해당 브랜드는 1년 내내 세일을 하지 않는 품목이라고 잘라 말했다.

계산을 하고 보니 20만 원어치가 넘었다. 할인을 못 받으니 경품행사에 참여하는 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잘 모른다”고 했다. 이벤트홀이 있는 고객서비스센터에 가서 물어보라는 것이다. 이날 찾아간 백화점은 7억 원짜리 아파트 경품을 내건 곳이었던 만큼 현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고객서비스센터 직원은 경품행사 참여 가능한 매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마디로 세일이 안 되고 경품행사 참여도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운동화 매장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의류매장은 가을 신상품 위주로 이미 옷을 갈아 입었다. 세일이 되는 품목은 행사장에 마련된 철 지난 의류들이 대부분이었다. 백화점에서 3시간가량 머문 동안 세일행사를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식당가에서 할인해준 10%가 전부였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9월29일부터 시작됐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일기간이 시작된 뒤 이틀간 롯데백화점은 12.8%%, 현대백화점은 10.1% 각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경절이 겹쳐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린 면세점업계도 큰 폭의 매출증대 효과를 본 것으로 관측된다.

김치냉장고 ‘딤채’를 판매하는 대유위니아가 매출이 10% 가까이 늘어난 것을 비롯해 가전회사들도 세일 특수를 누린 것으로 파악된다. 승용차 5천 대를 5~10% 할인된 가격에 사전접수를 받아 판매한 현대차 역시 준비물량을 모두 소진하며 5천 대를 추가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 비해 판이 커지면서 확실히 판매진작 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특수가 과연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언급한 백화점의 경우만 봐도 가을 정기세일과 달라진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이벤트 품목 중심 할인만 진행되고 있을 뿐 전품목 할인을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9월29일부터 10월31일까지 무려 한달여 이상에 걸쳐 진행된다. 세일기간이 지나치게 긴 점도 효과를 반감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참여업체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대대적으로 환영받는 이유는 ‘미끼’ 상품이 아닌, 말 그대로 세일을 체감할 수 있는 규모와 폭이 단 하루에 걸쳐 연중 전무후무하게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찔끔찔끔 미끼를 던져 소비자를 유혹하는 ‘한국판’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연휴기간 코리아세일페스타 현장을 찾아다니며 "내년에는 전국 시장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게 할 것”이라며 구호에만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 아래 내수진작용 세일행사에 소비자와 업체들이 얼마나 만족할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