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다시 한 번 '단순화(심플리케이션)' 전략을 꺼내들었다.
정 사장은 과거에도 단순함을 무기로 인기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경험이 있다. 카드업계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정 회장의 단순화 전략이 먹혀들지 주목된다.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단순화' 전략을 다시 한 번 추진한다. <현대카드> |
1일 현대카드는 새 슬로건으로 '아키텍트 오브 체인지(변화의 설계자)'를 내놓으며 상품 체계의 단순화에 방점을 찍었다.
복잡한 혜택 구조, 까다로운 이용 조건, 유명무실한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정리하고 모든 카드 상품에 통일성 있는 체계를 도입해 상품 비교와 선택을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드 상품 포트폴리오도 재정비한다. 대표 상품 ‘현대카드M’은 3종에서 2종으로, ‘현대카드X’는 3종에서 1종으로 줄였다.
단순함은 점차 복잡해지는 카드시장에서 이전부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선택한 무기로 평가된다.
정 부회장은 2013년 6월 새 전략으로 ‘챕터2’를 발표하며 22종의 카드를 7종으로 줄였다. 그렇게 해서 구성된 '챕터2 시리즈'에는 현대카드 M·X 계열 카드상품들이 담겼다.
혜택은 포인트와 캐시백 가운데 하나로 고객에게 몰아줬다. 기존의 복잡했던 신용카드 혜택을 단순화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 수백 가지의 유사한 카드가 남발돼 소비자들이 혜택을 찾아서 누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어려웠다”며 “이번 상품 단순화 개편작업으로 카드업계에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2000년대 국내 카드시장에 진출할 때도 같은 전략을 썼다.
M카드를 시작으로 알파벳과 숫자, 컬러 등 3가지 축으로 단순하지만 직관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상대적으로 신생 브랜드인 현대카드를 시장에 알렸다.
정 부회장의 단순화 전략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챕터2 시리즈는 출시 1년 만에 신규발급 수 200만 장을 돌파하며 현대카드의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비용효율화에 따른 순이익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 현대카드가 새로운 슬로건으로 '아키텍트 오브 체인지'를 내놓고 카드 혜택과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한다. <현대카드> |
현대카드는 챕터2 전략을 시행한 다음해인 2014년 순이익으로 2235억 원을 거뒀다. 2013년보다 37% 늘어난 것이다.
국내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고금리 등에 따라 불황을 겪고 있다. 정 부회장이 카드업계 위기 속에서 다시 한번 단순함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카드로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정 부회장의 단순화 전략이 이번에도 성공한다면 최근 현대카드가 보여주고 있는 성장세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 등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삼성카드를 제치고 개인 신용판매취급액 2위에 올라선 뒤 자리를 굳히고 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애플제품 애호가로 알려졌는데 단순화 전략은 애플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단순함이 최고'라는 '심플 이즈 더 베스트(Simple is the best)'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의 화살에 이어 다음 화살이 올해 또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며 “올해 업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이제 광범위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다시 고민할 때이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