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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소송 이맹희와 이건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정동근 기자 aeon@businesspost.co.kr 2014-02-07 15: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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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을 둘러싸고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3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벌인 9,400억원 규모의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이건희 회장이 완승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는 삼성 일가 상속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청구 대상 가운데 삼성생명 주식 126000여주는 상속 재산임이 밝혀졌으나 이에 대한 이맹희씨의 청구는 법률상 권리 행사 기간(제척 기간) 10년이 지났다나머지 삼성생명 주식은 상속 재산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비용에 아들 문제까지..상처로 점철된 이맹희 전 회장
 
  유산소송 이맹희와 이건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 이건희(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삼성 일가 유산 소송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2가지로 압축된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 단독 상속과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 그리고 이맹희 전 회장이 차명주식의 존재와 이건희 회장의 상속권 침해 행위를 알았는지 여부다.
 
이맹희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창업주 사망 이후 차명주식이 없더라도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창업주가 3자 명의로 관리해온 차명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혼자 상속받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강조했다.
 
이맹희 전 회장의 주장은 창업주가 생전에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수차례 발언한 점, 이맹희 전 회장의 상속회복 청구권이 인지한 때부터 3이 지나면 소멸하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건희 회장은 이에 대해 충분한 비율의 지분 보유가 경영권 방어에 필수적이라고 재판에서 맞섰다. 또 삼성그룹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내세워 이맹희 전 회장이 차명주식의 존재를 몰랐을 리 없다고 철저히 반박했다.
 
  유산소송 이맹희와 이건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맹희 전 회장은 1심에 이어 항소심을 세세하게 준비했지만 결국 재판부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맹희 전 회장은 법무법인 화우에 단독으로 소송 대리를 맡겼고, 변호사 선임 비용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도 법무법인 세종, 태평양, 원 등으로 구성된 법률대리인단에 맡겼고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맹희 전 회장은 변호사 선임 비용 뿐만 아니라 법원 인지대도 엄청난 규모로 납부했다. 11,27억여원, 항소심 44억여원으로 모두 171억여원에 달했다.

그래서 각종 소송 비용 부담을 고려할 경우 이번 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맹희 전 회장의 아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조세포탈 등 혐의 재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실제 이맹희 전 회장은 항소심 막바지에 화해, 조정을 제의하고 에버랜드 상대의 소송은 아예 취하했다. 재판을 더이상 끌 수 있는 여력이 모두 소진됐다는 분석이다.
 
삼성 후계 구도 탄탄대로?..힘받은 이건희 회장
 
항소심 판결은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승계 절차상 문제 주장과 정통성 시비 주장을 법원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승계에 대해 이미 형제들의 묵인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창업주가 삼성그룹 후계자로 이건희 회장을 미리 결정했고, 나눠먹기식 재산 분배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해왔던 점을 들어 공동상속인들, 즉 형제들이 이건희 회장의 주식 보유를 양해 및 묵인했다고 판시한 것이다.
 
  유산소송 이맹희와 이건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건희 회장은 이로써 경영 승계의 정통성을 다시 한번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실제 이건희 회장의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인들은 항소심 재판의 판결 의미를 정통성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윤재윤 변호사(법무법인 세종)재판부 판단은 정통성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1심과 항소심에서 연이어 승소하면서 재산 분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실익을 우선 챙겼다. 이와 함께 경영 승계에 대한 정통성 인정 등 명분까지 확실히 얻게 됐다한발 더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3세 경영, 즉 후계 구도 역시 더욱더 탄력을 받게 됐다.
 
다만 이맹희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이 상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리한 법정 다툼이 이어질 불씨는 남은 형국이다차동언 변호사(법무법인 화우)상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삼성 일가 상속 소송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맹희 전 회장이 항소심마저 패소하자 앞으로 상고를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조계 주변의 일반적 관측이다. 한편으로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 양측이 지리한 법정 공방을 끝내고 조정을 통한 화해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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