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모바일기기 결제가 실물카드 결제 비중을 뛰어 넘으면서 지급결제 시장에서 간편결제(페이) 서비스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결제시장의 판도가 변하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자체 ‘페이’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지만 간편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모바일기기 결제가 실물카드 결제 비중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
26일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국내 지급결제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체결제 가운데 모바일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비중은 50.5%로 나타났다.
역대 처음으로 실물카드 결제 비중(49.5%)을 넘어섰다.
지난해 결제동향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모바일결제의 영향력이 대면거래에서도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모바일기기 이용 결제 가운데 대면거래 규모는 35.7% 증가했다. 비대면거래 규모 증가폭은 5.6%에 그쳤다.
그동안 모바일기기 이용 결제가 일명 '대세'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실물카드 결제가 불가한 비대면거래 활성화가 꼽혔다.
하지만 이번 자료를 통해 대면·비대면거래 모두 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 이용이 점차 일반적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결제시장 중심에 있는 카드사들도 그동안 간편결제 시장 확대 흐름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카드사들은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로 결제하면 추가 할인이나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상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카드사끼리 연합전선을 구축해 2022년 12월 ‘오픈페이(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오픈페이는 고객이 1개의 카드사 결제앱(플랫폼)으로 카드사(발급사) 구분없이 모든 카드를 간편하게 등록·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현재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곳은 핀테크와 삼성전자·애플 등 휴대폰제조사다.
카드사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가 지닌 한계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카드사 자체 간편결체 서비스는 이용 편의성과 호환성 등에서 핀테크와 휴대폰제조사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오픈페이에서는 현재 기준 전업카드사 8곳 가운데 5곳이 참여하고 있으나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에서는 모든 카드사의 카드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 카드사들이 자체 '페이' 서비스에 공들이고 있으나 간편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데는 난항을 겪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
게다가 모바일기기 결제의 대부분이 휴대폰을 이용한 결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휴대폰제조사가 자사 기기에 최적화해서 내놓는 삼성페이, 애플페이의 편의성을 카드사가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카드업계에서는 핀테크와 카드사에 적용되는 규제가 다른 점도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난항을 겪는 이유로 꼽는다.
대표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 규제가 있다.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가맹점 규모별로 정해진 수수료율을 적용받지만 핀테크는 전자금융업법에 해당돼 가맹점 규모와 관계없이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핀테크가 간편결제 시장에 더욱 공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드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가운데 핀테크·휴대폰제조사 서비스 비중은 2019년 56.2%, 2020년 60.8%, 2021년 64.1%, 2022년 66.6%, 2023년 67.7%로 계속 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와 핀테크는 결국 같은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서 어려움이 있다"며 "카드사도 핀테크 업체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면 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도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