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기존 계획대로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국은행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행보를 뒤따를지 주목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들어 통화정책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금리 인하 없이 현재 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일은 부담일 수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움직임에 맞춰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
이 총재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대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르면 8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21일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공개된 점도표를 바탕으로 연준이 올해 3차례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도할 것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점도표에서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4.6%로 제시했다.
이는 연준이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에 공개한 점도표와 같은 수치로 현재 기준금리인 연 5.25~5.50%에서 0.75%포인트를 인하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는 노랜딩(경기침체 없는 성장)과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며 “연준은 6월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9월과12월 0.25%포인트씩 3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점도표의 인하 횟수가 기존 3회로 유지됐다”며 “6월 기준금리 인하와 올해 0.75%포인트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바라봤다.
이런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움직임에도 한국은행은 아직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총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안에 기준금리 인하를 시도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오히려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외환부문 부담을 덜게 되면 국내 여건에 맞춘 통화정책을 운용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각국이 자기의 인플레이션에 따라 차별화한 통화정책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3월 FOMC를 보며 한국은행은 연준의 영향력에서 다소 벗어나 한국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 판단된다”며 “한국은행이 자국 성장과 물가, 금융환경을 중시한 통화정책 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이 총재도 높은 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기 부양이 필요한 국내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통화정책의 차별화를 강조하고는 있으나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하게 된다면 금리 인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예상 경로대로 하향 흐름을 유지한다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한층 무게가 실릴 수 있다.
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아직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이르렀다고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추세적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6월부터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8월부터 국내 물가 상승률이 2%대 초중반으로 진입하면 이 총재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피벗 분위기로 통화정책 차별화 여지를 언급했지만 글로벌 경기 호조와 물가전망 경로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금리 인하는 8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