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테슬라에 '차이나 리스크', 중국 소비자에 외면받고 미중 갈등도 격화

▲ 2023년 8월30일 중국 광동성 선전시에 위치한 화웨이의 전자기기 판매점에 '메이트60' 시리즈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에서 ‘애국소비’ 열풍이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한편 중국 제조사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애플과 테슬라가 각각 아이폰 및 전기차 수요 확보에 고전하며 실적과 주가에 직격타를 받고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 사이 자국산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며 애플과 테슬라가 현지 시장에서 갈수록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서 2024년 첫 6주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가 64%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 승용차협회(CPCA) 집계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1~2월 중국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6.6%로 집계됐다.

애플과 테슬라가 이처럼 약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화웨이와 BYD 등 현지 제조사에 수요를 크게 빼앗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웨이는 올해 초부터 신제품인 메이트60 시리즈 생산량을 늘리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특히 메이트60 프로는 화웨이가 미국 규제 영향을 극복하고 자체 개발해 상용화한 7나노 고사양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으로 미국 기업인 애플과 대결에 상징적인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아이폰 대신 자국 제품인 화웨이 스마트폰에 몰리면서 두 기업의 판매량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테슬라는 공격적인 원가 절감 정책에 성과를 내 판매가를 꾸준히 인하하고 있는 중국 BYD의 공세에 대응하는 데 한계를 맞고 있다.

BYD는 자체적으로 배터리와 주요 부품을 대부분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냈고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며 올해 출시하는 전기차 신모델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대폭 낮춰 내놓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전략이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를 자극하며 BYD가 전기차 수요 부진에도 테슬라와 비교해 살아남기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애플과 테슬라에 '차이나 리스크', 중국 소비자에 외면받고 미중 갈등도 격화

▲ 2023년 세계에서 테슬라가 판매한 전체 차량 가운데 절반 이상인 94만7천 대가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됐다. 상하이 공장은 2021년부터 테슬라 차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상하이 공장 야경. < Tesla > 

애플과 테슬라에게 중국은 미국을 제외한 최대 시장이다. 2023년 중국에서 벌어들인 매출 비중도 각각 전체의 19%, 22%로 매우 높다. 

중국 실적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두 기업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S&P500 지수가 연초 대비 약 8% 상승한 반면 애플과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9%, 28% 하락했다.

두 기업에게 중국은 판매 시장으로서만 아니라 생산 거점으로도 중요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년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 188곳 가운데 중국에 위치한 기업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테슬라 또한 지난해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전 세계 테슬라 차량 생산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자연히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이 격화되면서 애플과 테슬라에 갈수록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말 미국 대선은 애플과 테슬라의 차이나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이나 공급망에 의존을 낮추기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전기차 등 산업에서 중국과 거래를 축소하는 디커플링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국과 관련한 미국 정부 차원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애플과 테슬라에 중장기적으로 중국사업 축소 또는 공급망 의존 탈피와 관련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