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이커머스 앱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아파트 베란다에 쓰레기가 한가득이에요. 대부분 알리에서 구매한 공산품들이에요."
최근 만난 지인들의 이야기다. 중국 이커머스 관련 소식들이 넘쳐나면서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의 약진이 상당하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는 쿠팡, 알리, 11번가, 테무, G마켓, 티몬, 위메프, GS숍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리 앱 사용자 수는 지난 달 기준 818만명으로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130% 증가했다. 지난달 테무 앱 사용자 수는 581만명, 쉬인은 68만명으로 역시 각각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들의 공습이 강화되고 있지만 문제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것인 짝퉁 제품 등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465건으로 전년(93건) 대비 5배로 늘었다. 반품 요청 거절 등 계약불이행(불완전이행)이나 품질 등이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도 문제다. 전자상거래법상 알리, 테무 등 통신 판매 중개 사업자는 입점업체의 신원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인력이나 설비 등을 갖춰 대응해야 하지만 알리 등은 소비자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더 큰 문제도 있다. 바로 환경 문제다.
알리나 테무 앱에 접속해보면 쿠팡과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물품의 가격이 최소 절반에서 10분의 1 수준에 판매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쿠팡이나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물품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예컨대 애플워치 스트랩의 가격대를 보면 국내 온라인몰에서는 싸게는 5900원부터 비싸게는 1만 원대 후반까지 있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되는 애플워치 스트랩 가격은 1천~2천 원이면 살 수 있다.
일부러 짝퉁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있다. 레고가 대표적이다. 레고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실제 구매를 하기엔 주머니 부담이 크다. 그런데 수십만원하는 레고 제품을 알리에선 1만 원선이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뻔히 짝퉁 레고인줄 알면서도 단 한번의 손맛을 위해 사서 조립해 보고 버려 버린다. 부품 1~2개 빠져 있지만 이 가격이면 충분히 지불할 의도가 있다는 것이 일부 마니아들의 입장이다.
이렇듯 싼값에 사서, 한두번 사용한 후에 쉽게 버려 버리는 제품이 알리, 테무에 넘쳐난다.
이런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는 이들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겨우 1~2회 사용하고 폐기할 엉터리 공산품을 제조하고, 이런 제품을 유통시키는 회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겐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등 다양한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 정부가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대상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는 사이 안방을 다 내어줄 판이다.
정부는 플랫폼에 입점해 사고파는 해외업체의 불법 행위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별도의 '환경세'라도 만들어 메겨야 한다. 엄청난 쓰레기를 발생시키니 그에 걸맞는 새로운 환경세 역시 필요하지 않겠는가. 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