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방산업계의 중동시장을 향한 본격적 수출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방산주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은 거대 방산시장인 만큼 실제 수출이 성사되면 국내 방위산업이 전방위적 수혜를 입을 것으로 증권업계에선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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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9 등 국산 무기체계의 중동향 수출길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 ETF(상장지수펀드)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약 13% 상승했다.

이 ETF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계 대표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올해 방산업종 주가는 정부의 수출지원 규모가 늘어날 거라는 전망에 힘입어 크게 상승했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의 각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기대감이 커졌다.

수은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증권업계에선 여기에 중동 수출이라는 대형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동시장은 국내 방위산업의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이스라엘과 주변 이슬람 국가의 분쟁뿐 아니라 이슬람 국가 사이에서도 시아파 국가와 수니파 국가가 대립하는 등 지정학적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2018~2022년 동안 전 세계에서 무기체계 수입액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중동시장 수출엔 그동안 일부 제약이 있었다. 국내 대표 무기인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경우 중동에 수출된 이력이 거의 없다.

독일의 수출 제한에 영향을 받은 탓이 크다. K2와 K9 모두 독일산 부품을 사용해 중동 수출을 위해선 독일 정부 승인이 필요했는데 지금까지 독일 정부는 금수조치를 가해 왔다.

실제로 2019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K9 수출 계약의 막판까지 갔으나 독일의 저지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독일의 금수조치가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올해 1월 이리스-T 공대공 미사일 150대의 사우디 수출을 승인했다. 그 이유는 ‘사우디가 중동 지역 정세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관계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방산업계의 부품 국산화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점도 중동 수출을 가속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부품의 완전 국산화가 이뤄질 경우 독일 등 부품 공급국가의 허가없이 자체적으로 국내에서 수출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동시장을 향한 수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방산업계 전방에 대한 수혜가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사우디 국가방위부와 방산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에는 독일산 파워팩이 탑재되는데 최근 독일 정부의 태도 변화를 볼 때 업계에서는 K9의 사우디 수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이 무기체계 금수 정책을 해제함에 따라 K9 역시 수출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또한 레드백 장갑차에도 독일산 파워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향후 중동으로 추가 수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 STX엔진 중동 수출 ‘사정권’, 방산주 실적 모멘텀 점증 기대 꿈틀

▲ STX엔진의 방산 부품 국산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STX엔진도 중동 수출의 수혜를 입을 종목으로 꼽힌다. STX엔진은 방산부품 기업으로 K9에 탑재되는 엔진을 납품하고 있다.

STX엔진은 이집트에 수출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에 탑재되는 엔진을 납품하는 공급 계약 소식을 지난 1월 알리기도 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STX엔진은 해외 라이선스 계약 엔진 생산 기록에 국산화 프로젝트 완료가 더해져 국내 무기체계 수출량 증가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LIG넥스원도 중동 수출 본격화의 수혜를 입을 종목으로 여겨진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4분기에 8조2015억 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사우디향 천궁Ⅱ 사업 규모만 4조3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에도 사우디향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국토 방어 면적이 넓기 때문에 LIG넥스원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