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조기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가를 부양한 뒤 매각할 계획을 세웠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원금손실을 무릅쓰고라도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시장이 침체될 경우 매각시기를 놓쳐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조기매각을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산업은행, 대우건설 매각 왜 서두르나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대우건설은 26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KDB밸류6호 사모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현재 지분매각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며 “아직 매각여부와 상세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애초 대우건설의 주가를 부양한 뒤 내년에나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 수준으로는 산업은행이 이때까지 투입한 3조2천억 원 가운데 60%를 손해보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시간을 지체할 경우 자칫 대우건설 매각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매각시기를 앞당기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2014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 최근 2~3년 동안 이어진 주택경기 호황에 따라 국내사업에서 흑자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주택경기는 공급과잉에 따라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공급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아 향후 시장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공급과잉에 따라 주택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해도 주택부문에서 특별한 강점을 내세우기 힘들어 적절한 인수자를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대우건설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점도 조기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로 꼽힌다.

대우건설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5천~7천 원대 사이를 오르내리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다 현재 6천 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산업은행은 박영식 전 사장에게 주가부양의 특명을 내리기도 했지만 박 사장도 대우건설 주가를 반등시킬 만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비금융자회사를 오랜 기간 맡아오며 기업의 부실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점도 조기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이 2000년부터 경영을 책임졌던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전직 경영진의 분식회계와 비리 등 온갖 악재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검찰조사를 통해 남상태 고재호 등 전직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