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해당부지가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에 인접해 있어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만큼 개발사업은 각종 논란을 겪었다.
하림은 8년 가까이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가 이번 승인으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후속 행정절차를 거쳐 2025년 상반기에는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승인된 계획안을 보면 지하 8층, 지상 최대 58층에 이르는 물류단지 규모와 4068억 원의 공공기여가 눈에 띈다.
기존 계획안을 보면 용적률 400%, 고도제한 150m 등으로 사업이 계획됐다. 하지만 공공기여가 순부담율의 20% 이상에서 토지가액의 25% 이내로 변경되면서 용적률은 800%, 최고높이는 224m로 조정됐다. 공공기여 확대와 함께 하림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공공기여의 구체적 내용은 공공기여금 2084억 원과 건물 및 대지지분 1264억 원이다. 공공기여금은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비 1천억 원, 서초구 청소종합시설 현대화 1천억 원, 외부 교통대책 741억 원, 물류지원시설 63억 원은 현금으로, 오 시장이 서울 남부에 추진하는 주요사업인 양재 AI 허브와 관련된 R&D시설 1천억 원과 공공임대주택 264억 원은 현물로 내게 된다.
하림 관계자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계획안 승인과 관련해 “최첨단 도심물류 인프라를 조성해 서울시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국내 물류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계획안의 승인은 적극적 도시개발을 추진한다는 오 시장의 시정 방향이 반영된 결과로도 읽힌다.
오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4선 서울시장에 도전할 때부터 도시개발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시장 취임 직후부터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민간주도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고 이후 모아타운, 수변감성도시 등 다양한 사업계획을 추진했다.
올해 들어서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서남권 대개조 구상 등 굵직한 개발계획을 연이어 내놓기도 했다.
다만 오 시장은 각종 도시개발, 재개발, 정비 등 사업을 적극적으로 승인하면서 전제조건으로 공공기여를 통한 공공성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는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을 대상으로 공공기여 인정 비율을 상향하고 방식을 다양화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사업에서 사업 시행자의 공공기여를 강화해 오 시장의 또다른 주요 시정 방향인 ‘약자와의 동행’도 챙기려는 의도다.
오 시장은 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의 ‘2023년 신년교례회 및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땅덩어리 좁은 나라, 사람 많은 나라에서는 토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정답”이라며 “이 틀 안에서 건설규제를 풀겠으니 공공기여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층고제한, 용적률 완화 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 대신 땅주인, 사업자만 돈을 벌면 안 된다”며 “건설 기업들이 공공기여를 하면 이를 통해 약자와의 동행을 추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정책 방향에 따라 앞으로 서울시 내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서도 공공기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강남권 최대의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공공기여 방안을 놓고 업계의 촉각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2019년 GBC 건설과 관련해 현대차그룹과 1조7천억 원 규모의 공공기여 이행협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오 시장 취임 전인 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7일에 기존 105층에서 55층으로 설계변경을 신청한 만큼 공공기여 규모 등이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GBC의 설계변경 신청과 관련해 “기존 105층 높이 설계에는 전망대 등이 담겨있었는데 설계변경 신청이 들어온 만큼 공공기여 등을 놓고 협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