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조하는 국산 헬기 수리온이 영하 수십도의 환경에서 치러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적 악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일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실적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항공우주, 수리온 헬기사업 타격 받나  
▲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26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23일보다 0.25% 상승한 7만910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23일에 전날보다 4.8%나 떨어졌는데 다시 소폭 상승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수리온이 미국에서 치러진 체계결빙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의 영향을 받았다.

수리온은 1조5천억 원가량의 투자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과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개발한 최초의 국산 헬기다. 1대당 200억 원 후반대에 판매되며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과 129개 협력사가 함께 생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54대가 양산됐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수리온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미시간주에서 진행된 체계결빙시험에서 101개 항목 가운데 29개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체계결빙시험은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 날씨가 너무 추워 얼음이 곳곳에 어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시험이다.

수리온은 체계결빙시험의 일부 항목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현재 납품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은 “체계결빙시험은 영하 수십 도의 저온과 얼음이 잘 생기는 매우 습한 환경에서 진행됐다”며 “겨울이 별로 춥지 않고 건조한 한반도에서 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단기 실적에 소폭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2016년 6월 말 기준으로 한국항공우주사업의 수리온 수주잔고는 약 3천억 원 전후로 추정된다”며 “중단에 따른 일시적 매출차질이 발생해 올해 수주목표 6조5천억 원 달성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이미 예견된 만큼 실적에 영향을 줄 만한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많다. 체계결빙시험이 워낙 까다롭기로 유명한 만큼 단순 통과의례라는 것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5개월의 체계결빙시험을 거친 수리온에 대해 최근 며칠의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며 “세계적 헬기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수순이며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3600여 대가 운용 중인 UH-60 계열 헬기도 1976년 개발된 뒤 3년 동안 체계결빙시험을 여러 차례 거쳤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대형 공격헬기 AH-64 아파치도 4년 동안 실패를 거듭한 뒤 시험을 통과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체계결빙시험은 한번에 통과하기가 매우 어려워 국제적으로 ‘선 개발 후 험’이라는 관행이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이번 일이 투자심리와 단기적으로 이익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면서도 “장기적 측면에서는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헬기의 절반이 노후된 상황에서 노후 헬기의 교체작업을 장기간 미루기 어렵고 이미 대규모 개발비가 투입된 수리온이 배제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외에 국내에서 헬기를 생산할 수 있는 대안업체가 없다”며 “이번 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것일 뿐 영구적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