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부의 이라크 신도시 공사 지원에 반색, 김동선 승계 발판 단단해지나

▲ 한화 건설부문의 숙원사업인 이라크 신도시사업의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이라크에서 신도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화 건설부문의 숙원사업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의 완전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부사장은 올해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을 맡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비스마야 사업이 완전히 정상화되고 정부 지원사격에 힘입어 추가로 신도시 사업 수주 성과까지 올린다면 경영승계를 향한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화 건설부문에 따르면 지난해 재개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에 집중하면서 남아 있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발주한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나머지 사업 변경협상 관련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 정부의 이라크 신도시 공사 지원에 반색, 김동선 승계 발판 단단해지나

김동선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사진).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한화 건설부문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남쪽 10km 떨어진 비스마야 550만 평에 10만 세대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2년 10월 이라크 정부의 공사대금 미지급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지만 지난해 1월 NIC와 사업재개를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NIC로부터 미수금 6억2900만 달러(약 8374억 원) 가운데 일부인 2억3천만 달러(약 3천억 원)를 수령해 부분 공사를 재개했다. 대상은 건축공사가 마무리된 3만여 세대 가운데 마무리 공사 및 발주처 이관을 진행하지 않은 9480세대다.

변경협상 대상은 남은 7만 세대 부분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협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협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앞서 미수금을 일부 회수한 점이 사업 진행에 긍정적 요소라고 보고 있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2012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한화 건설부문의 역점 사업이다. 

수치로 봐도 사업의 중요성이 읽힌다. 이 공사 수주잔고는 2023년 3분기 말 기준 5조7750억 원으로 한화 건설부문 수주잔고에서 단일 공사로 유일하게 2조 원을 넘고 있다.

이 공사는 전체 계약금액이 101억 달러(약 13조4천억 원)로 한국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해외건설사업 수주, 특히 도시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정부에도 매우 중요한 사업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지원을 공식화하면서 한화 건설부문 안팎에서 10년 넘은 비스마야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장관급 수주지원단 파견, 6월 두 나라 공동위원회 개최, 9월 정상회담 등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가 다시 시작되기 위해 힘을 보탰다.
 
한화 정부의 이라크 신도시 공사 지원에 반색, 김동선 승계 발판 단단해지나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현지시각)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내에서 열린 사업재개 기념행사에서 하이데르 모하메드 마키야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의장과 만나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올해 들어서는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주지원단이 이라크에 파견돼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재개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한화 건설부문에서는 김승모 대표이사 사장이 수주지원단에 동행했다.

박 장관은 25일 하이데르 모하메드 마키야 NIC 의장과 면담에서 비스마야 사업에 지속적 협력 지원을 다시 한번 요청하고 후속신도시 개발사업 기회도 타진했다.

이라크에서는 수도 및 중부 6곳, 등 15개 후속 신도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재건을 위한 170억 달러(약 22조6천억 원) 규모의 철도 및 도로망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진행하면서 오랫동안 현지에서 쌓아온 자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주에 뛰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이라크 국내 정세가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재개 및 여러 공사 추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특유의 전쟁, 내전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됐던 이라크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안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월 초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방문했을 때 이라크 국회는 한국이 이라크를 여행금지국가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이번 국토부 수주지원단의 활동을 계기로 향후 이라크 정부와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재개를 위한 협상에도 긍정적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추이와 신규 수주 성과는 김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부사장이 경영승계의 발판을 다지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 1월부터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건설사업에 복귀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포함한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14년 한화건설 해외토건사업본부 과장으로 그룹에 처음 입사했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며 2015년 비스마야 인프라 추가공사 계약식에 참석하는 등 비스마야 사업과 인연도 깊다. 

한화그룹이 김 부사장을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배치했다는 것은 김승연 회장의 숙원사업으로도 꼽히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사장이 변경협상을 매듭지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마무리를 위한 길을 닦고 이라크에서 추가 수주에도 성공한다면 오너3세로써 확실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여겨진다.

김 부사장이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르게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17년 한화건설 신성장동력팀장을 지낸 뒤 경영 일선에서 잠시 거리를 뒀으나 2020년 말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복귀한 뒤 2022년 10월 한화갤러리아 전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10월에 부사장에 올랐다.

2년10개월여 만에 초고속으로 부사장 타이틀을 단 것이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상무에서 부사장까지 승진하는 데 각각 5년여가 걸렸다.

초고속 승진을 하는 동안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까지 맡았다.
 
한화 정부의 이라크 신도시 공사 지원에 반색, 김동선 승계 발판 단단해지나

▲ (왼쪽부터) 김동선 부사장, 김동관 부회장, 김승연 회장,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김동원 사장이 2022년 11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만찬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으로서 미국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도입이라는 성과를 낸 뒤 지난해 10월 출범한 로봇전문기업 한화로보틱스에서도 전략기획담당을 맡았다.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화학·에너지사업, 김동원 사장이 금융사업을 이끄는 가운데 김 부사장은 기존 유통·호텔업에서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로봇사업, 전통적 건설사업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다.

김 부사장은 2월13일 기준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 주식(보통주) 160만3892주(2.14%)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 한화 주식 1697만7949주(22.65%)를 지닌 최대주주로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368만3892주(4.91%), 김동원 사장은 김 부사장과 동일한 160만3892주의 한화 주식을 들고 있다.

이 밖에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한화 주식 727만2546주(9.70%)를 확보하고 있다. 장상유 기자